인터넷이 대중화의 거센 파도를 탔던 2002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의 도입부 장면. 2054년 미국 워싱턴시는 미래 어느 한 시점을 내다볼 수 있는 특수장치로 강력사건을 예방하는 동시에 잠재적 흉악범을 잡아낸다. 마이너리티>
어느날 살인사건 예고 경보가 울리고 수사관들은 단편적인 미래 영상을 통해 범죄 예방과 범인 체포에 골몰한다. 신문은 이들에게 결정적인 수사 단서를 제공한다.
미래 영상에 비친 신문의 발행일자가 살인사건의 시점을 명확히 알려준 것. 현장에 급파된 수사관들은 현관 앞에 신문이 배달된 집을 찾아 가까스로 살인을 막아낸다.
미래를 다룬 SF영화에서 신문은 심심찮게 건재를 과시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신문의 시한부 인생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인터넷이 숨통을 옥죄고 있는 현실과 현저히 떨어진 구독률은 이런 가정을 부정키 어렵게 한다. 과연 400여년을 장수해온 신문은 가까운 미래에 최후를 맞이할 것인가.
세계신문협회(WAN)가 최근 미래학자와 미디어 전문가 등 22명에게 신문의 미래를 물은 결과 이들은 신문의 영속성에 조심스레 방점을 찍었다. 디지털에 몸을 빌거나 ‘일간 잡지’로 겉 모습은 바뀔지언정 신문은 영원히 그 존재를 지키리라는 것이다. “신문의 브랜드는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신문은 지구에서 가장 큰 신뢰도를 지닌 기구다. … 이 점이 신문과 다른 매체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플라비오 페라리, 브라질 최대 여론조사기관 IBOPE의 CEO)
각종 수치도 신문산업에 새로운 희망이 움트고 있음을 증명한다. WAN의 2008 전략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전세계 신문 광고 수입은 425억만 달러(약 42조 5,000억원)를 기록,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영국과 캐나다, 스웨덴, 이탈리아, 덴마크 등 주요 선진국의 신문판매 매출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희망가’도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3월초 세계편집인포럼(WEF)이 세계 신문 편집인 7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5%가 “신문의 미래는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매우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31%로 2006년(24%)보다 7%포인트나 급증했다.
신문이 재도약을 꿈꾸게 한 발판은 역시나 콘텐츠(기사)였다. 통합 뉴스룸으로 대변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이 콘텐츠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뉴욕타임스 발행인 아서 설즈버거 2세가 언급한 “신문(Neswpaper)은 두 번째 단어인 ‘종이’로 정의될 수 없으면 첫번째 단어 ‘뉴스’로 정의돼야 한다”는 말에 충실한 결과다. 2006년 미국 신문의 지면 광고매출은 5.1% 줄어든 반면 온라인 광고 매출은 31.4% 폭증했다.
국내의 여러 수치들도 희망을 품게 만들고 있다. 국내 신문에 대한 독자들의 구독률과 열독률은 2005~2006년을 기점으로 반등세로 접어들었다. 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05년 5월 41%였던 신문 열독률은 2006년 5월 43%로 오른 데 이어 지난해 11월 46%로 상승했다. 줄곧 하락세를 보였던 구독률도 2006년 5월 39%에서 지난해 11월 41%로 2%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신문, 특히 국내 신문의 장밋빛 미래를 말하기엔 지나치게 이르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은 편파보도의 횡행, 콘텐츠 투자에 대한 인색함 등은 신문의 주요 자산인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손태규 단국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국내 신문의 위기는 질 하락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비판과 정보 제공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면 독자가 따르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의 발달 등 외부적 요인이 신문을 위기로 내몰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신뢰성 하락과 심층보도 실종이라는 내부의 적을 둔 한국신문이 갈 길은 아직 지난하기만 하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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