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해서는 잘해야 1.5류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절대 1류가 될 수 없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육성이 ‘신경영 15주년’을 맞아 사내에 울려 퍼졌다. 삼성은 5일 이 전 회장의 육성을 담은 특집방송을 통해 7일로 15주년을 맞는 신경영의 의미를 되새겼다.
신경영은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켐핀스키 호텔에서 탄생했다. 이 회장은 이 곳으로 200여명의 그룹계열사 수뇌부를 불러 모아 놓고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바꾸라”고 ‘질’ 위주의 변화를 강조했다.
일명 ‘프랑크푸르트선언’으로 불리는 신경영은 두 가지 의미였다. 첫째, 1987년 그룹총수 자리에 오른 이 회장은 자신만의 경영철학을 정립ㆍ선포함으로써,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었다. 둘째, 당시만해도 우물안 개구리나 다름없는 로컬 기업이었던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 시키기 위한 노선 제시이자 특단의 주문이었다.
‘7-4제(7시 출근, 4시 퇴근)’와 같은 무리수나, 자동차 사업실패 같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신경영은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삼성 관계자는 “오늘날의 글로벌 삼성은 어쨌든 신경영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특검 후유증을 의식, 이날 신경영 15주년을 별도 기념식 없이 사내방송으로만 조용하게 치렀다. 10여분간 이어진 특집 방송은 ▦95년 구미공장에서 불량 전화기를 불태웠던 화형식 퍼포먼스 ▦삼성물산이 두바이에서 건설중인 세계최고층 버즈두바이 빌딩 ▦삼성전자의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와 휴대폰, 디지털TV ▦삼성중공업의 드릴쉽 등 일류 상품을 보여주며 신경영 이후 달라진 삼성의 변화상을 소개했다.
신경영 전파의 일꾼이었던 삼성 계열사 사장들은 인터뷰를 통해 지난 15년을 회고했다. 고홍식 삼성토탈 사장은 “어느 정도 불량을 용납하던 사람들도 신경영을 통해 생각이 변했고 품질과 서비스가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이석재 삼성코닝정밀유리 사장은 “신경영 이후 삼성은 인재와 기술을 그룹의 핵심 경영 이념으로 정하고 기술 중심 기업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2류나 3류가 되면 망한다는 생각으로 일했다”고 회고했다.
삼성이 이날 이 전 회장의 육성을 내보내며 신경영을 되새긴 것은 가라앉은 그룹 분위기를 추스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방송을 지켜본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시 시작해보자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다”며 “새로 출발선에 선 느낌”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이 회장의 퇴진에도 불구, ‘신경영은 살아있다’는 점을 강조한 이유는 어느 정도 세계 일류로 성장했지만 이 자리를 유지하려면, 끊임없는 혁신과 질적 변화, 그리고 미래의 신수종 사업개발을 위한 노력이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새 사령탑에 오른 이윤우 부회장도 이날 월례사에서 “신경영 정신을 이어받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조 경영을 실천하자”며 “회사가 지속 성장하려면 빠른 추격자에서 시장 선도자로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찾고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특집 방송에 이어 모두가 새롭게 출발하는 의미로 지난 시절 직원들의 실수로 발생한 징계기록을 말소하는 내부 징계 사원 대사면을 7일 단행하고 11일에 신입사원과 사장단 하계 수련회, 19일 우수 사원 포상 등 일련의 행사를 진행하며 재도약을 위한 결의를 다질 예정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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