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물가상승과 경기둔화가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딜레마로 고심하는 가운데, 1년 가까이 기준금리를 동결해 온 유럽연합이 다음달 금리를 인상할 뜻을 내비쳤다. 반대방향으로 달리는 경기와 물가, ‘두 마리 토끼’를 어정쩡한 동결로 다스리기에는 물가상승이 훨씬 심각함을 인정한 셈이다.
미국도 금리인하 행진이 일단락된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시대는 막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 장 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5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정례 금융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지난달과 같은 연 4.0%로 동결한 뒤, “지금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뒤 다음번 회의에서 금리를 소폭 인상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것이 확실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한때 ‘미국에 맞춰 금리를 낮추라’는 압력까지 받았던 유럽연합의 금리인상 방침은 한계점에 다다른 물가 때문. 유럽연합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년 만의 최고치인 3.6%까지 치솟아 2% 안팎 유지라는 ECB의 목표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트리셰 총재는 이날 “ECB는 인플레이션을 강도 높게 주시하고 있고 위원들도 중기 인플레 압력이 증가할 위험이 더 커지고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이날 인플레 부담 때문에 기준 금리를 연 5.0%로 동결했다. 영국의 4월 소비자물가 역시 BOE의 목표치인 2%를 훨씬 넘은 3%까지 상승한 상황. BOE는 서브프라임 여파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렸으나 여전히 G7(선진 7개국)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편, ECB의 금리인상 시사 영향으로 5일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 대비 1% 가까이 급락했고 ‘대체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국제유가는 4.5% 급등, 이번주 들어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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