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신문협회의 지난해 조사에서 신문을 읽고 있다고 답한 일본 국민은 92.3%였다. 인터넷과 휴대폰 문화에 젖은 10, 20대의 열독률이 80%를 넘었다. 국민 전부가 신문을 읽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신문 구독자가 한 신문을 계속 보는 기간은 평균 13.4년이다. 10년 이상 똑 같은 신문을 받아보는 사람이 70%나 된다. 발행부수가 가장 많은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006년 기준 매일 1,000만부를 인쇄했다. 한국 전체 종합일간지 부수보다 많다.
일본의 신문산업이 영상, 인터넷 매체가 주목 받는 21세기에도 빛을 잃지 않는 이유가 있다. 신문에 대한 신뢰가 TV나 인터넷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일본신문협회가 지난해 10월 4~28일 전국 남녀 3,6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디어 접촉ㆍ평가 조사’에 따르면 일본 신문은 사회적 영향력, 정보의 신뢰도, 실용성 등에서 TV, 라디오, 잡지, 인터넷을 압도했다.
사회적 영향력(60.7%)에서는 방송보다 약간 앞서는 정도에 그쳤지만 정보의 신뢰도에서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신문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 신문이 ‘정보원으로 필수’라고 답한 사람은 53.8%였지만 방송은 30%대에 머물렀다.
신문이 ‘지적(知的)’이라는 사람이 50.6%인데 비해 민방은 7.7%에 불과했다. ‘정보를 신뢰할 수 있다’(36.8%) ‘정보가 정확하다’(38.6%) ‘정보에 깊이가 있다’(24.7%) 등도 모두 신문이 민방의 3배 안팎으로 높았다. ‘교양을 높여준다’(43.1%) ‘일상생활에 도움 된다’(44.4%) 등 실용성에서도 신문이 앞섰다.
영상과 인터넷이 무시 못할 경쟁 매체로 등장한 지 오래됐는데도 신문이 신뢰 받는 이유는 뭘까. 활자에 친숙한 일본 문화의 특성을 논하는 사람도 있지만 직접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TV가 신문의 가치를 끊임없이 선전해주는 구조라는 점이다. 일본은 다수 민방을 유력 신문사가 소유하고 있다. 니혼(日本)TV는 요미우리신문이, TV아사히(朝日)는 아사히신문이, TV도쿄는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대주주다. 방송은 뉴스와 정보프로그램의 상당 시간을 조ㆍ석간 신문을 보여주며 해설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방송을 볼수록 신문 기사의 가치와 신뢰가 높아지는 상생구조다.
인터넷 매체와는 경쟁 관계지만 일본은 콘텐츠를 쥔 신문이 인터넷에 기사와 정보를 파는 데 여전히 조심스럽다. 전국지 가운데 일본 최대 포털 야후 저팬에 뉴스를 제공하는 신문은 요미우리, 마이니치(每日), 산케이(産經) 정도고 그도 최근 며칠간 기사로 한정되어 있다. 야후 저팬 뉴스담당 가와베 겐타로(川邊健太郞) 프로듀서는 4월에 열린 신문주간 심포지엄에서 “뉴스의 배경을 알기 위해 신문의 해설을 읽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종이신문은 이미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다. 전국 신문 발행부수와 매출이 1997년 5,376만부, 2조5,200억엔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다.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구조 개편, 감량 경영은 기본이고 공동 인터넷사이트(요미우리, 아사히, 니혼게이자이)를 만들거나 야후(마이니치) 마이크로소프트(산케이)와 손잡고 인터넷 뉴스를 강화하는 게 지금 유행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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