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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촛불 숨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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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촛불 숨 고르기?

입력
2008.06.09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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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거리시위가 한창이던 3일 오후 10시 50분 세종로 이순신장군 동상 앞. 기동대 버스와 시위대가 대치한 최전선에 기타와 아코디언, 바이올린을 든 7명이 나타났다.

가수 하 림(32)씨와 그룹 ‘두번째 달’ 멤버로 구성된 이 ‘거리의 밴드’가 <아파트> <젊은 그대> <고래사냥> 등 시민 귀에 익숙한 가요들을 연주하자 주변에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50여 명이 주위를 에워싸고 노래를 따라 불렀으나 노랫소리가 커지자 삽시간에 300여 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의 공연으로, 가두시위의 긴장감은 조금이나마 누그러져 갔다. 짧은 시간 광화문 네거리에 국한한 상황이었지만, 경찰 저지선을 불과 몇 미터 앞둔 곳에서 시민들이 한데 어울려 웃고, 노래 부르는 ‘축제’같은 집회 분위기가 조성됐던 것이다.

그러던 중 시민 한 사람이 먼저 전경들을 향해 “신청곡을 말하라”고 외쳤다. 처음엔 묵묵부답이던 전경들은 시민들의 거듭된 신청곡 요청에 “팔도사나이를 불러달라”고 화답했다. <팔도사나이> 에 이어 <개똥벌레> 가 연주되자, 버스와 버스 사이 좁은 틈 사이로 보이는 건너편 전경들 중 상당수가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보였다.

이날 자정 무렵까지 이곳에서 즉석 거리공연을 한 하씨는 “음악인으로서 음악을 통해 의견을 표출하기 위해 나왔다”며 “서로 어깨에 손 올리고 함께 노래를 부르면 나쁜 기억은 잊고 평화로운 소통의 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간 시민이나 전경 모두 고생이 심했는데, 음악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촛불집회에 참석해 즉석 공연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2만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이날 가두시위는 별다른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시민들은 기동대 버스를 흔들거나 버스 지붕 위로 올라가는 것과 같은 과격 행동을 자제했고, 경찰도 시위대와의 직접 접촉을 최대한 피했다.

특히 경찰은 평소와 달리 해산 명령도 시위대 앞쪽에서만 겨우 들릴 정도로 작게 방송하는 등 시민들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4일에도 서울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총 1만여 명이 참가한 촛불집회와 가두시위가 이어졌으나 특별한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서울에서는 4,000여 명이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뒤 광화문, 한국은행, 숭례문 일대를 행진했다.

시위대는 “10일 오후 7시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100만 촛불대행진’에 참가하자”는 내용의 포스터를 시민들에게 나눠준 뒤 오후 9시30분께 자진 해산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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