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를 공개한 백정아씨는 4일 인터뷰를 마치고 급히 집을 나서면서 휴무라 집에 있는 남편에게 “문자 칠게요”라며 문을 닫았다. 빌라 1층에 주차했던 차에 올라타면서 “요즘엔 남편하고도 웬만한 일은 통화 대신 문자로 해결해요” 란다. 본인은 워낙 휴대전화를 거의 쓰지않는 편이지만 올해 휴대전화 기본이용료가 2,000원 가량 오르면서 휴대폰을 끼고 살던 남편도 엄지족에 동참시켰다.
“통화료에 비해 문자 메시지 이용료가 싸잖아요. 통신서비스업체 마다 문자 메시지 무료 제공 혜택도 많고요. 아이들 교육비만 빼고 아낄 수 있는 건 다 아껴야죠.
물가가 급등하면서 장보기 패턴도 많이 달라졌다. 전에는 간단한 찬거리는 동네 재래시장에서 사다 먹었지만 최근엔 다소 멀어도 마트나 슈퍼를 이용한다. “물가가 올랐다는 게 기준 자체가 달라진 거예요. 요즘은 재래시장에서도 콩나물 1,000원 어치는 안팔아요. 기본이 1,500원인데다 양도 줄었어요. 낭비 안하고 싸게 먹으려면 재래시장 보다 오히려 마트에서 한끼 분량만 집어 무게 달아 사는 게 더 낳아요.”
쌍둥이들이 과일을 좋아해서 지난해에는 영등포 청과시장에서 박스째 구입해 먹었지만 올해는 과일 사먹을 생각을 아예 접었다. 산다 해도 바나나 한송이, 참외 2개 등 낱개 구매가 전부다. 토마토는 지난해 알이 굵은 토종을 사먹었지만 올해는 훨씬 가격이 싼 방울토마토 몇 팩을 사는 데 그쳤다. 배달받는 우유(1,000ml) 대금은 지난해 이맘때 한달 2만7,300원 하던 것이 요즘은 3만400원이다. 그나마 일주일에 3번으로 횟수를 줄였다.
한푼이라도 아끼려면 몸과 정신이 부지런해야 한다. 백씨는 지난 3일 두부를 얻을 욕심으로 식품업체 풀무원에서 진행한 두부 제조공장 고객체험 행사에 다녀왔다.
“인터넷에서 참가신청 받는다는 정보를 보자마자 신청했어요. 아이들이 콩을 싫어해서 대신 두부로 도너츠나 튀김을 만들어 먹였는데 요즘 두부 값이 너무 올랐잖아요. 마침 고객체험 행사 한다니까 기회다 싶어 가서 한아름 받아왔지요.”
다음주 해찬들이 실시하는 고객체험 행사에도 참가신청서를 내놓았다. 요즘엔 백씨처럼 기업체 체험행사를 공짜 장보기 기회로 삼는 주부들이 꽤 늘어 당첨 확률은 낮은 편이다.
백씨는 요즘 비누공예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는 치솟고 쌍둥이들의 교육비도 급증, 남편 혼자 벌이로는 가족의 단란한 미래를 꿈꾸기 힘들다는 판단이 섰다. 자격증을 따면 문화센터 강사로 나설 계획이다.
“아이가 둘이니까 아끼는 데도 한계가 있더라”는 백씨는 “아무리 살림이 빠듯해도 아이들에게 세상을 더 많이 접해볼 기회를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잖아요. 아이들 학원비 벌러 엄마들이 할인점 판매원으로 나선다는 말이 요즘 실감나요”라고 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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