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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미국의 선택/ "Yes, We Can" 미국史 새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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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미국의 선택/ "Yes, We Can" 미국史 새로 썼다

입력
2008.06.09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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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민주당의 흑인 대선주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3일 마침내 당 대선후보 지명전의 승리를 선언,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을 열었다. 오바마 의원이 유세 과정에서 일관되게 외쳐 온 '변화와 희망'의 메시지가 미국을 움직였을 뿐 아니라 미국 사회가 이미 거대한 변화의 과정에 진입해 있음을 의미하는 순간이었다.

오바마 의원이 당내 경쟁자인 여성주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인종 및 성의 대결을 펼친 끝에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택된 것은 변화에 대한 민주당 유권자들의 갈망이 인종ㆍ성에 따른 분열적 요소를 압도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이번 민주당 경선만으로 미국 사회에 내재해 있는 인종과 성별에 따른 갈등이 모두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미국 사회는 적어도 그러한 희망의 실현을 모색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도달한 것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흑인 노예의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 독립전쟁과 노예해방에 이어 미국 사회에 근본적 변화를 몰고 올 세계사적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바마 의원은 이날 경선 승리를 선언한 연설에서 "미국인들은 두려움과 의심이 아니라 가장 위대한 희망과 가장 고귀한 열망에 귀를 기울일 것을 선택했다"며 "우리는 여기서 이제 미국에 보다 새롭고 나은 시대를 열어 줄 여행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이 미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변화의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역설한 것이다.

그 자신이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캔자스주 출신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난 혼혈로서 성장과정에서 무슬림 사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경험했던 오바마 의원은 미국 사회가 진정으로 고도의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희망을 피력해 왔다. 오바마 의원은 소수인 흑인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결국 그를 대선후보로 밀어올린 것은 다수인 백인들의 선택이었다.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46세의 오바마 의원에게 젊은 세대들이'그래, 우리는 할 수 있어(Yes, We Can)'를 외치며 그토록 열광했던 것은 미국 내 변화의 욕구가 세대교체의 필요성과 연결돼 있다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오바마 의원이 가는 곳마다 젊은층은 마치 '팝스타'를 대하듯 그에게 환호했고 앞다퉈 선거운동 자원봉사에 나섰다. 또 풀뿌리 조직을 통해 민주당 경선 사상 기록적인 투표율의 행진이 이어졌다. 오바마 의원은 여기에 화답이라도 하듯 미국 젊은이들의 우상인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 '검은 케네디'를 자처하며 변화의 메시지로 젊은이들과 일체감을 만들 수 있었다.

미 민주당 유권자들이 오바마 의원에게서 희망을 본 것은 이라크전쟁의 수렁에 빠진 채 경제위기 마저 현실화해 세계적 지도력을 잃고 있는 미국의 무기력한 모습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인들은 일방주의적이고 독단적인 조지 W 부시 정부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었고 그 결과로 워싱턴식 기득권 정치에 상대적으로 때가 덜 묻은 오바마 의원을 선택했다.

오바마 의원이 초선 상원의원으로 워싱턴 중앙 정치무대에 진출한 지 불과 4년만에 백악관 안주인과 재선 상원의원의 화려한 경력을 가진 힐러리 의원을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오바마 의원의 참신함과 여기서 우러나오는 호소력 있는 연설에서 비롯됐다. 다만 이처럼 미국인들이 오바마 의원에게 거는 희망은 결국 오바마 의원이 자신이 주장하는 변화에 실질적 내용을 채워 본선에서 승리해야 또 다른 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은'미완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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