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 명문대인 베이징(北京)대학 당국은 지난해 학생들이 정치를 토론하던 교내 게시판을 철거했다. 이 게시판은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사태 당시 민주화 시위의 상징이었으나 수년 전부터 정치토론 보다 학생들의 하숙과 시험 정보를 공유하는 장소로 전락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톈안먼 사태 19주년을 맞은 4일 중국 대학생들이 톈안먼 사태의 의미와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19년 전 조국의 민주화를 외쳤던 당시 대학생들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현상은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소위 ‘바링허우(八零後)’ 세대에서 나타난다. 개혁개방 이후 태어난 이들은 80년대 대학생들이 관심을 갖던 인권 문제와 공산당 일당 독재에 대해서는 흥미가 없다. 대신 지도자들의 강력한 리더십을 동경하고 공무원 취업을 선호하며 베이징 올림픽 성공개최를 위해 자원봉사에 적극 나서는 등 정부에 상당히 우호적이다.
신문은 정부의 20년 가까운 톈안먼 사태에 대한 검열과 경제적 풍요가 80년대 대학생과 2000년대 대학생 간 세대차이를 낳게 했다고 전했다.
89년 6월4일 톈안먼 광장에서는 100만여명의 대학생과 시민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다 탱크를 앞세운 중국 정부의 무력진압으로 수백명이 희생됐다.
국제사회의 중국에 대한 인권 개선 압력은 계속되고 있다. 3일 미국 국무부와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톈안먼 사태 당시 구속돼 복역 중인 130여명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양안관계의 개선을 도모하고 있는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중국 인민들이 더 많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누리기를 바란다”며 톈안먼 사태를 우회적으로 거론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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