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할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힐러리 의원이 5일 밤(현지시간) 전격적으로 만났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회동은 힐러리 의원의 요청에 따라 오바마 의원이 워싱턴 D.C.에 있는 힐러리 의원의 집을 찾아가 이뤄졌다. 두 의원은 오바마 의원의 경선승리 선언직후 전화통화를 했고 4일엔 유대인 집회에서 잠깐 조우하기는 했으나 이번에는 언론을 따돌리고 비공개로 회동, 더욱 관심을 끌었다.
두 의원은 회동이 끝난 뒤 짤막한 성명을 통해 “11월 대선 본선에서 승리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일들에 대해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고 밝혔을 뿐 더 이상의 언급을 회피했다.
양측 측근에게도 대화 내용을 발설하지 말도록 ‘함구령’이 내려졌다. 일각에서는 힐러리 의원이 어떤 방식으로든 부통령 후보 지명에 관해 오바마 의원을 압박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나 대체로 그 같은 무리수를 두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힐러리 의원으로서는 7일로 예정된 경선 중단 및 오바마 의원 지지선언을 앞두고 오바마 의원을 직접 만나 의중을 탐색해봐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 의원은 5일 지지자들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경선 기간 내내 오바마 의원이 대선후보가 되면 그를 강력히 지지할 것이라고 했던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오바마 의원 지원의사를 거듭 분명히 했다.
힐러리 의원은 나아가 자신이 오바마 의원을 압박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듯 “부통령 지명은 대선후보의 고유 권한”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힐러리 의원 진영의 움직임으로 볼 때 이 발언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바마 의원은 5일 부통령 후보 지명과 관련해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 “모든 사람들이 흥분을 가라앉혀야 한다”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오바마 의원은 “내가 다시 입을 열 때는 부통령 후보가 결정된 후일 것”이라고 말해 부통령 후보 선정 과정이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힐러리 의원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 막후에서 힐러리 의원을 설득해 그의 지지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민주당 내에서는 워싱턴식 기득권 정치에서 자유롭지 못한 힐러리 의원은 오바마 의원의 변화 메시지에 맞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힐러리 의원에 대한 부통령 후보 불가론이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이 와중에 오바마 의원이 힐러리 의원의 포기를 종용하기 위해서는 경선 과정에서 힐러리 의원이 진 2,000만달러 상당의 빚을 갚아줘야 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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