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스님들의 기강을 세우기 위해 올해 하안거부터 정례화한 포살법회가 전국 25개 교구본사를 중심으로 치러지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조계사 대웅전. 수도권의 여러 사찰에 살고 있는 총무원 직할교구 소속 스님 206명이 포살법회를 가졌다. 지난달 30일 불국사에 이어 두 번째다. 포살은 승가의 구성원인 스님들이 한 곳에 모여 계율을 암송하면서 참회와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것. 승가의 오랜 전통으로 총림 등에서 유지돼 왔지만 지난해 불교계의 각종 비리로 인한 위상 추락을 겪으면서 승가 분위기를 혁신하기 위해 제도화됐다.
“대중이 다 모이셨습니까?”
“이미 다 모였습니다.”
“화합하십니까?”
“화합합니다.”
“대중이 모여 화합함은 무엇을 하기 위함입니까?”
“보살계를 설하여 포살을 하기 위함입니다.”
이어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계(戒)를 설했다. 먼저 가장 수승하게 지켜져야 할 십중대계(十重大戒)가 설해졌다. “중생을 죽이지 말라, 주지 않는 것을 훔치지 말라, 음행하지 말라, 거짓말하지 말라. 대중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계가 설해지는 동안 스님들은 무릎을 꿇은 채 지관 스님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였다. 이어 사십팔경구계(四十八輕垢戒)가 설해졌다. “스승과 벗을 공경하라, 술을 마시지 마라, 고기를 먹지 말라, 오신채를 먹지말라, 계를 범한 이로 하여금 참회토록 가르쳐라…”
지관 스님은 경책하는 말씀을 통해 “늙고 죽음은 지극히 가깝고, 불법은 쇠하려고 하니, 모든 스님네들과 우바새(남자 신도)와 우바이(여자 신도)들은 도를 얻기 위하여 일심으로 부지런히 정진하라”고 당부했다. 법회는 1시간40분 동안 진행됐다.
계율을 지키는 것은 불교 승려의 기본이지만 미얀마, 태국 등 남방불교나 대만불교 등에 비해 한국불교에서는 이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흐트러져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조계종 관계자는 “이번 포살법회의 정례화가 승가의 청정성과 수행력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조계종은 참선수행자들의 행동규범이자 실천덕목인 선원청규(禪院淸規)를 시대에 맞게 개편하는 방안을 선원수좌회를 중심으로 진행중이다. 내년쯤 제정될 것으로 보이는 이 청규는 선종을 표방하는 조계종의 수행 풍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남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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