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일 살츠 지음ㆍ박정숙 옮김/에코 발행ㆍ240쪽ㆍ1만2,000원
우리 모두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그 비밀과 동거하면서 숨 쉰다. 비밀은 모든 사람의 삶에 보이지 않는 존재로, 늘 그 자리에 남아 있다. 비밀은 인간의 필연이다.
수 년전 개봉됐던 공포 영화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와 그 속편격인 <나는 아직도 네가…> 는 비밀의 심리학을 헐리우드적 시선으로 포착한 작품이다. 미국 코넬대 정신의학과 게일 살츠 교수는 비밀을 가리켜 “길게 들이마셔서 이제 내쉬고 싶지만 절대 그럴 수 없는 숨”(17쪽)이라고 정의한다. 나는> 나는>
보통 인간이 비밀이란 것에 대해 눈뜨게 되는 때는 대개 네 살 즈음이다. 그것은 부모가 벌이던 ‘은밀한 현장’을 목격해야만 눈치채는 건 아니다. “너는 이해 못할 거야”라는 말로 상처 받은 아이는 스스로 정보를 유리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그런 식으로, 거짓말은 다섯 살 무렵이면 능숙해진다.
비밀을 갖게 되면 사람들은 남에게든, 자신에게든 합리화해 감추려 한다.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염문이 터지자 거개의 사람들은 생각했다. ‘힐러리가 전부터 정확히 알고 있었을 것이며 그녀의 분노는 꾸며진 것’이라고. 이 때, 빌과 힐러리 사이에는 비밀 소지자와 은닉자의 관계가 성립된다.
비밀은 자기 변장, 즉 ‘승화’ 과정을 거쳐 더욱 단단한 보호막 속에 숨는다. 동성애자였던 작곡가 차이코프스키가 이성애자로 인정 받기 위해 일부러 결혼까지 ?던 사례는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적 용인이라는 막을 택한 승화의 좋은 예다.
책은 성도착자 등과 가진 풍부한 심리 상담의 결과이다. 그는 “겉으로 드러나는 비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게조차 숨기고 있는 비밀”이라며 그 같은 사실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체크 리스트 등을 제시한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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