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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가이아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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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가이아의 복수

입력
2008.06.0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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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스 러브록 지음ㆍ이한음 옮김 세종서적 발행ㆍ264쪽ㆍ1만2,000원'가이아 이론' 창시자가 경고하는 인류 최악의 재앙 온난화와 그 처방전

지금 이대로라면 윤흥길의 <장마>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눈썰미 있는 신세대 작가라면 ‘열대의 게릴라성 호우’ 같은 제목으로 작품을 썼을 법 한 변동이 우리의 여름 풍경을 바꿔놨다. 그 같은 심상찮은 변화는 사실 지구적 차원의 환경 재앙에 비긴다면 빙산의 일각이다.

땅의 여신 가이아(Gaia)가 지구를 등지고 돌아 앉은 것이다. 인구 증가, 지력 쇠퇴, 자원 고갈, 폐기물 축적, 온갖 오염, 기후 변화, 기술 남용, 생물 다양성 파괴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 인류는 유례 없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 그녀의 느릿한, 그러나 단호한 복수의 칼날을 비껴 날 수는 없을까?

1972년 ‘가이아 가설’을 창시, 지구라는 별이 직면한 위험을 알렸던 제임스 러브록은 어떤 이름을 붙이건 발전 혹은 현재의 생활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폐암 환자가 담배를 끊어서 낫기를 기대하는 것과 똑 같다는 것이다. 그 핵에는 현재 인류에게 닥친 최대의 환경 재앙, 지구 온난화가 있다.

기상학자 허버트 램이 600여쪽의 논문 ‘기후 : 현재, 과거, 미래’를 발표하면서 한 쪽 분량으로 온실 효과에 대해 처음 언급했던 것이 1972년이었다. 같은 시기에 이 책의 저자인 제임스 러브록은 ‘가이아 가설’을 선 보였고, 이제 인류에게 남겨진 길은 ‘지속 가능한 퇴보’뿐이라 강조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개발과 경쟁의 일상에 파묻혔다.

그는 인류를 가리켜 “폭포를 향해 조용히 나아가는 유람선의 승객”으로 비유한다. 책은 그 원인(遠因)으로 기독교와 인본주의라는 하부 구조를 지목한다. 그 결과, 탐욕스런 60억명이 지향하는 도시 지향적 생활 방식이 지구의 영역을 잠식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퇴보’가 아니라면 지구의 막대한 살상 능력으로 지구는 5,500만년 전의 뜨거운 상태로 회귀할지 모른다. 이미 인도양의 쓰나미, 뉴 올리언즈 재앙 등으로 “아주 조금” 드러난 바 있다.

우리가 지금처럼 지구를 학대한다면 지구는 5,500만년 전과 같은 뜨거운 상태로 되돌아 갈 수도 있다. 1테라톤(백만톤의 백만배)이 넘는 탄소 기체 화합물을 대기로 방출한 지질학적 사건. 극지방과 온대 지방의 기온은 섭씨 8도, 열대 지방은 5도 상승했고 정상으로 회복되기까지는 무려 10만년 소요한다는 계산이다.

현재대로라면 인류는 죽을 수밖에 없다. 책은 절박한 방책을 내놓는다. 첫째, 재생 에너지 개발을 멈추라는 것이다. 바이오 연료는 숲을 파괴하고 있으며, 태양광 발전은 제조 단가만 높은 저효율 시스템이다. 자연 식품에도 발암 물질이 흔한데도 건강을 이유로 낮은 생산성을 고집하는 유기 농법은 건강 공포증의 소산이라는 것이다.

현존하는 에너지 개발 방식을 조목조목 비판해 가던 책은 원자력에 이르러 태도를 바꾼다. 온실 가스를 만들지 않으면서 고효율인 원자력은 현존하는 유일의 효과적 방책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이르러 “러브록은 변절했다”고 비판이 쏟아지지만, 화석 연료에 비해 200만분의 1에 불과한 폐기물만을 배출하는 원자력으로 생산된 전기는 더 효과적인 재생 에너지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강조다. 핵무기에 대한 공포, 원자로와 방사선에 대한 그릇된 정보로 무장한 환경 운동가들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책은 말미에 용어 해설을 따로 둬, 가이아 가설ㆍ온실 효과ㆍ통섭ㆍ재생 에너지 등 환경 문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개념을 명확히 해 두고 있다.

영국왕립학회 회원인 저자는 현재 옥스퍼드 대학교의 명예 초빙 교수로, 과학 저널 <뉴 사이언티스트> 는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사상가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그는 이 책을 쓰는 동안 후원을 아까지 않은 자선 단체 가이아(www.daisyworld.org)에 감사를 표하며, 인세의 전부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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