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9 총선 이후 두 달 가까이 이어진 한나라당의 복당 갈등은 승자 없는 싸움으로 끝났다.
박근혜 전 대표는 복당 요구를 관철시킴으로써 ‘힘’을 입증했다. 당내 세력을 불리게 됐다는 실리도 얻었다. 조만간 복당하는 약 20명의 의원들은 박 전 대표에게 한동안 ‘충성’을 바칠 것이다.
하지만 그의 큰 자산인 ‘애국과 원칙의 정치’엔 금이 갔다. 한 친박계 의원은 3일 “‘나라를 최우선시 하는 국민적 지도자’에서 ‘계파 수장’으로 이미지가 격하됐다”며 “지난 해 대선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함으로써 쌓은 자산을 많이 잃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연구실장은 “명분 없는 일부 인사들까지 일괄 복당 시키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도덕성에도 흠집이 났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게 중론이다. 한 친이계 초선 의원은 “이 대통령이 통 큰 결단을 내린 게 아니라 질질 끌다 마지 못해 복당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리더십과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남겼다”며 “이제 청와대가 박 전 대표 없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 것 아니냐”고 했다.
다른 의원은 “차라리 빨리 복당을 받아들여 ‘집안 화합’을 이루었다면 쇠고기 파동 등에 대해 당이 이렇게까지 무력하게 대응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재섭 대표는 모처럼 선명한 자기 목소리를 냈다. 한 당직자는 “강 대표가 박 전 대표와 각을 세움으로써 박 전 대표와의 종속 관계에서 벗어나 차기 대권을 놓고 싸우는 경쟁 관계임을 부각시켰다”며 “하지만 박 전 대표가 대주주인 영남권과 복당 대상 의원들 사이에 ‘반(反) 강재섭 기류’가 생긴 것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엔 분열의 시한폭탄이 남겨졌다. 공천과 복당 파동을 거치며 친박계는 사실상 ‘당 내 당’을 만들었다. 한 친이계 초선 의원은 “지난 해 경선 때에 버금가는 계파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박 전 대표가 협조 모드로 가느냐, 계속 긴장 관계로 가느냐가 당 분위기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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