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 헤지(원ㆍ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위험 손실을 피하기 위해 현재 시점의 환율로 미리 고정해 두는 것) 옵션 상품으로 피해를 본 수출 중소기업들이 옵션 상품을 팔았던 은행들을 대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환 헤지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환 헤지 피해대책 촉구 대회’를 갖고 “환 헤지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은행들을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한편, 손실 보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또 “수출 중소기업 육성한다더니 은행의 희생양이 된 수출 중소기업의 피해를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환 헤지 피해기업 상황을 접수 받아 공정위 제소 등 피해대책 마련과 환 헤지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특히 “(은행 측이) 옵션 상품에 내재한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 가입을 종용했다”면서 “관계 당국 역시 하루 빨리 환 헤지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구제할 수 있는 대책을 적극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키코(KIKO: Knock-In Knock-Out) 옵션은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일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 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 상품이다. 환율이 특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차익을 얻을 수 있으나 상한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약정액의 2~3배 달러를 팔아야 해 손실이 나고, 반대로 너무 많이 떨어지면 계약이 아예 파기되는 구조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현재 114개 업체의 피해사례가 접수됐으며, 총 1,453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당 평균금액은 약 13억원이다.
행사에 참여한 모 중소업체 관계자는 “은행의 지속적인 영업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곧 달러당 900원이 무너질 것이니 지금이 투자 적기라며 가입을 강권했다”며 “대다수 은행들의 영업행위가 이처럼 허술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우리 은행은 안전하다는 말만 믿고 덜컥 가입했다가 회사의 존폐 여부마저 걱정해야 될 처지에 놓였다”며 “피해 규모가 너무 커 은행 측에 위험성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점을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은행과 정부 측도 중소기업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만큼, 합당한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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