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무대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러시아 오페라, 차이코프스키의 <예프게니 오네긴> 이 9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다. 국립오페라단이 무대장치 없이 콘서트홀에서 연주하는 형식이다. 연극적인 무대를 갖추지 않았다는 점에 우려를 표할 수도 있지만 꼭 무대장치가 있어야만 감동을 받는 것은 아니다. 예프게니>
아직도 영상물로 오페라를 즐기는 것보다 CD로 듣는 것이 더 일반적인 것과 마찬가지다. 음악에만 집중한다는 생각이라면 공연을 준비하는 측이나 감상자 측 모두에게 콘서트 오페라의 보편화는 요긴할 듯싶다. 외국에도 이런 시도가 많이 있다.
<예프게니 오네긴> 이 기대되는 더욱 중요한 이유가 있다. 사실 이 작품은 차이코프스키 오페라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것도 아니고, 러시아 오페라의 전형적인 특징과는 더욱 거리가 있다. 러시아 오페라는 그 광활한 땅에서 뿜어져 나오는 원초적 힘이 느껴져야 제 맛이다. 무소르그스키의 오페라가 높이 평가받는 것은 그 덕분이다. 예프게니>
반면 푸쉬킨 원작의 <예프게니 오네긴> 은 일종의 사적 소설이다. 젊은 나이에 모든 세상사를 경험해버린 주인공 오네긴은 시골 지주의 딸 타티아나가 어렵게 고백한 사랑을 무시해 버리는 바람에 큰 상처를 준다. 또 이곳에서 만난 유약한 시인 렌스키를 권총 결투로 죽이고 만다. 예프게니>
차이코프스키는 이 오페라 작곡 도중에 자기 제자라고 주장하는 한 여인의 일방적인 연애편지 공세를 받았지만 동성애자였으므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점점 자신도 타티아나에게 상처를 준 오네긴이나 마찬가지 아닌가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한 여자를 구할 겸, 또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길 겸 해서 결혼에 이르게 된다. 금세 장고 끝의 악수로 판명되지만 말이다.
<예프게니 오네긴> 이 감동적인 이유는 이런 문제로 고뇌했던 작곡가의 내면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뻔뻔스럽던 오네긴에게 다가온 고통은 작곡가 자신이 겪은 양 생생하고, 타티아나가 오네긴에게 편지를 쓰는 장면은 부끄러움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열정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어린 소녀의 모습이 인위적 과장 없이 그려져 있다. 예프게니>
오네긴의 총에 맞는 렌스키의 최후에서는 실제로 결투로 목숨을 잃은 푸쉬킨을 조문하는 듯 비극적 서정미가 가슴을 파고든다. <예프게니 오네긴> 은 감성이 살아있다면 누구에게나 가슴이 울컥거리는 느낌을 선사하는 오페라다. 그 비결은 바로 차이코프스키의 진정성이 제대로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슴으로 쓴 예술의 소중함이랄까. 예프게니>
음악공동체 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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