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이 3일 한국 정부가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 수출 중단을 미측에 요청한 데 대해 즉각적으로'우려'를 표명함에 따라 미측의 반발 및 거부감이 현실화하고 있다.
미 백악관은 이날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요청에 대해 "한국측의 계획을 이해하기 위해 대화를 하고 있다"며 "우리의 우려 해소를 위해 한국측과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해 한미간에 모종의 협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미측의 반응은 한미간 협의보다는 우려쪽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해석된다.
미측의 우려는 30개월 이상 수출중단 요청에 대해 한국측이 무엇이라고 표현하든 내용적으로 '재협상'을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측의 입장에서는 한국에 대한 미국산 쇠고기 수출에서 월령 구분을 없앤 것이 한미간 쇠고기 합의의 핵심이고 이를 기준 삼아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상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었다.
따라서 재협상 요구에 준하는 30개월 이상 수출중단 요청에 대해 미측은 강한 거부감을 보일 것은 미리 예상됐었다.특히 미 경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때에 11월 미 대선을 향한 본격적인 쟁탈전이 시작됐다는 것도 한국측 요청에 대한 미측의 수용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30월개월 이상 수출중단 요청과 관련해 한미간에 어느 정도의 사전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지에 대해서도 미측은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측의 설명 내용을 그대로 인정할 경우, 마치 미측이 한국측의 요청을 최대한 수용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미측은 우려하고 있다. 설사 현실적으로 한국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더라도 미측은 그 범위를 최소화하고 조건을 엄격히 하기 위해 한국측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일부 쇠고기 업체들이 한국 소비자들의 광우병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으로 수출하는 쇠고기에 대해선 도축 당시 월령을 표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향후 미 정부의 대응 방향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한국측이 30개월 이상에 대해 전면적인 수출 중단을 요청한 만큼 미 쇠고기 업체들의 개별적 움직임은 크게 고려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측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미 정부로서는 미 쇠고기 업체들의 움직임을 향후 한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려 할 공산이 크다.
미 쇠고기 업체의 움직임은 30개월 미만과 이상 쇠고기에 대해 한국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주겠다는 것인데 미 정부는 이 안을 향후 한국과의 협상에서 마지노선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미 쇠고기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앞으로 언제까지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을 자제해달라는 것인지 한국측은 입장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은 한국측의 카드를 모두 꺼내보이도록 한 다음 이를 각개 격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한미관계의 종합적 측면을 고려, 한국측 요청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자동차 문제 등 다른 부문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 등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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