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한나라당 새 원내지도부가 구성된 이후 당의 목소리에 전보다 힘이 실리고 있다. 원내사령탑에 오른 홍준표 원내대표가 자기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며 연일 ‘거침없는 하이킥’을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장면도 그 중 하나다. 홍 원내대표는 회의 모두에 “비상시국인 만큼 국민이 생각하는 이상의 고강도 쇄신책을 써야 할 것으로 보며 의원들의 생각도 그렇다”며 “잘못한 사람이 있는데 억지로 끌고 가려고 해서는 안 되고 아깝고 미안하지만 책임지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회의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있던 정부 관계자들을 겨냥한 것이 분명했다. 비록 직설화법은 피했지만 한승수 총리, 류우익 대통령실장으로서는 가슴이 뜨끔할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원내대표단이 2일 기획한 국정쇄신 토론 의원총회도 정부가 벌린 일의 뒷치닥거리나 하던 기존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게 움직였다. 이날 의총장은 “재협상은 불가하다”는 기존의 논리를 넘어서는 초선 의원들의 소신발언이 이어졌다.
홍 원내대표가 “생생한 민심을 여과없이 청와대에 전달해야 한다”며 초선 의원 19명에게 선뜻 마이크를 넘겼기 때문이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의총 도중 임박해 있던 쇠고기 고시 관보게재 절차에 급제동을 걸기도 했다.
정부는 결국 3일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중단을 미국에 요구하는 변화를 보였다. 미리 짜놓은 각본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할 말을 다 하니 속 시원하다” “모처럼 여당다운 여당 역할을 했다” 는 등의 긍정적 평가가 더 많았다. 홍 원내대표의 거침없는 행보가 청와대의 전폭적인 신임과 맞물리면서 더욱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이다.
하지만 당내엔 홍 원내대표의 ‘오버’를 우려하는 시선도 없지 않다. 홍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 친박 복당 문제의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가 강재섭 대표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복당 문제는 원내대표보단 당 대표와 사무총장의 업무에 가깝기 때문이다. 만약 원외인 박희태 전 의원이 대표가 되면 이런 상황이 잦아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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