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D. 소로 / 이레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로 ‘시민불복종’ 개념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인사 100명은 2일 발표한 시국선언문에서 촛불집회를 “전면적인 시민불복종 운동”으로 규정했다. 시민불복종의 정신과 행동은 간디의 ‘사티아그라하’(비폭력 불복종 운동)에서 가장 분명하게 구현됐지만, 간디의 사상 형성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월든> 의 저자 헨리 데이빗 소로의 글 <시민의 불복종> 으로 알려져 있다. 시민의> 월든>
“불의의 법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 법을 준수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그 법을 개정하려고 노력하면서 개정에 성공할 때까지는 그 법을 준수할 것인가, 아니면 당장이라도 그 법을 어길 것인가?” 소로는 이렇게 묻고는 “이 불의가 당신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에게 불의를 행하는 하수인이 되라고 요구한다면, 분명히 말하는데, 그 법을 어기라”고 답한다.
미국이 멕시코전쟁을 벌일 때다.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생활하던 소로는 1846년 7월 어느날 밤 인두세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감옥에 갇힌다. 노예제를 용납하고, 제국주의 전쟁을 일으킨 미국 정부에 대한 항의로 소로는 6년간 인두세 납부를 거부했던 것이다. 이튿날 아침 고모가 세금을 대납해줘 풀려났지만 그는 투옥된 하룻밤 동안 정부와 시민, 법과 양심의 문제에 대해 생각했고, “단순한 시간의 경과로 일어날 수 있는 그 어떤 변화보다도 더 큰 변화”를 경험한다. 그 경험을 쓴 길지 않은 글인 <시민 불복종> 은 더없이 명료하게 시민불복종의 정당성을 밝히고 있다. 시민>
“나는 지금 당장, 보다 나은 정부를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내가 허용해 준 부분 이외에는 나의 신체나 재산에 대해서 순수한 권리를 가질 수 없다.” 소로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새삼 와 닿지만, 촛불집회라는 시민불복종에 부닥치자 국민을 무시했던 굴욕적 쇠고기 협상을 땜질하며 끌려다니는 한국 정부를 보노라면, 그의 어떤 말보다 이 말이 사무친다. “나는 대답한다, 수치감 없이는 이 정부와 관계를 가질 수 없노라고 말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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