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에 성난 시민들이 한나라당과 경찰 홈페이지를 잇따라 해킹하고 경찰의 폭력 진압을 비난하는 동영상과 사진 등을 올리자 경찰이 대응에 나서는 등 사이버 공간에서도 ‘시위대와 경찰’간 소리없는 대치전이 전개되고 있다.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공권력이 시민들에 의해 사실상 무장해제 되면서, 인터넷이 거리시위에 힘을 불어넣고 다시 거리시위가 인터넷 여론을 강화시키는 상승 작용이 계속되고 있다.
3일 경찰에 따르면 2일 새벽 서울경찰청 기동단 제1기동대 홈페이지가 해킹을 당해, 초기 화면에 “때… 때리면 아프다네”라며 눈밭에 엉거주춤 주저앉은 북극곰이 등장했다.
경찰의 복구 작업에도 불구, 기동대 홈페이지는 3일 밤 늦도록 복구되지 않고 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해커에 의해 시위 진압시 기동대 배치계획 등이 담긴 기밀자료가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연일 당혹스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1일에는 한나라당 홈페이지가 해커의 공격을 받아 운영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해커의 공격으로 한나라당 홈페이지 초기화면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하하는 글과 고양이 그림이 떠올랐다. 긴급 복구에 나선 한나라당은 2일 오후 홈페이지를 다시 열었으나, 일시에 트래픽을 증폭시키는 ‘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을 받아 접속불능 상태에 빠졌다.
해킹 수준은 아니지만 경찰관서 홈페이지에도 연일 정부를 비난하는 게시물이 집중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무저항 시민이 아닌 폭력 시민”이라고 말한 어청수 경찰청장과 “물대포가 가장 안전한 진압 장비”라고 밝힌 서울경찰청 경비1과장을 비난하는 댓글이 3일 내내 경찰청 홈페이지에 집중 게시됐다. 전날 ‘군홧발 동영상’이 공개됐을 때는 평소 접속자의 3배가 넘는 17만 5,000명의 네티즌이 몰려들어 경찰을 비난했다.
시민들의 인터넷 공격으로 시위 진압에 나선 전ㆍ의경의 개인 신상정보가 유포되고,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가 난무하기도 한다. 시위진압에 참여한 전ㆍ의경의 이름과 나이, 소속 등이 유출되면서 이들의 미니홈피에 네티즌의 비난과 욕설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도 상당수 유포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개인정보보호와 관련, 해당 포털에 삭제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또‘덕수궁 돌담길에서 여대생이 경찰에 맞아 사망했다’거나 ‘경찰이 성폭행까지 했다’는 식의 검증되지 않은 소문도 인터넷상에서 급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다.
네티즌들의 파상 공세에 맞서 경찰도 해명성 댓글과 동영상을 올려놓는 등 나름대로 맞대응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을 실감하고 있다. 현직 경찰관이나 경찰 가족들이 ‘군인 신분의 전ㆍ의경이 명령을 거부할 수 있겠느냐’‘불법 시위도 잘못’이라는 등의 댓글을 올려 보지만, 압도적인 반대 여론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정부ㆍ여당을 대신해 성난 시민과 맞선 경찰이 광화문 일대를 제외한 모든 전선에서 ‘피플파워’의 위력에 압도적으로 밀리는 상황이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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