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 해법을 둘러싸고 대륙별, 국가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의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본부에서 3~5일 열리는 유엔 식량안보정상회의가 충돌의 무대가 될 전망이다. 식량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긴급 소집된 이번 회의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등 국가 원수급 60여명이 참석한다. 하지만 식량가격 급등의 원인과 해법을 놓고 시각차가 커 회의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첨예한 대립은 바이오 연료 분야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일부 민간연구소는 바이오 연료 재배 확대가 식량가격을 15~30% 올렸다며 식량위기의 주범으로 바이오 연료를 지목해왔다. 이에 따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영국과 유럽연합의 바이오 연료 확대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 밝히는 등 유럽은 바이오 연료 생산 감축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 브라질은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에드 샤퍼 미 농무부 장관은 3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몇몇 국가가 식량가격 급등의 책임을 바이오 연료에 뒤집어 씌우고 있으나 바이오 연료가 식량가격 인상에 미친 영향은 3%에 불과하다”며 “회의에서 정치 공방을 할 게 아니라 식량문제의 진정한 원인과 해결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도 “바이오 연료용 작물 재배가 식량용 곡물 재배 감소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겠다” 밝혔다. 두 나라는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곡물 수출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어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에 농업분야 관세 장벽 철폐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샤퍼 장관은 “식량가격의 급등은 농업 생산성이 정체한데다 일부 곡물 수출국이 수출을 금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쌀 수출은 국가별로 차이가 난다. 캄보디아 우크라이나는 기아사태가 일어나는 최빈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금지를 해제하라는 FAO의 요구를 수용, 수출 금지 조치를 완화했으나 인도 베트남 등은 여전히 수출 금지를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세계 6대 쌀 수출국인 이집트는 2일 쌀 수출 금지 기간을 1년 이상 연장했다.
룰라 대통령은 “선진국의 농업보조금 지급 정책이 국제 곡물가격을 왜곡하고 개도국 및 빈곤국의 농업성장을 가로막는다”며 “이번 회담에서 미국 유럽이 농업보조금 삭감 또는 철폐라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회담 개막 연설에서 곡물을 이용한 바이오 연료 생산 촉진 보조금 제공 중단을 촉구하면서 동시에 농업부문 무역장벽 완화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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