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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민심'과 '정권 안정' 사이… 적정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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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민심'과 '정권 안정' 사이… 적정선은?

입력
2008.06.0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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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민심 수습차원에서 조만간 단행할 인적쇄신의 적정선은 어디까지일까.

지금의 민심 이반을 감안하면 인사교체 폭은 클수록 좋다는 게 중론이다. 쇠고기 협상은 물론, 경제나 외교 등 현안에 미숙하게 대처한 결과만 놓고 보면 조각 수준의 대대적인 개각을 통해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출범 100일만에 정부 주요 포스트를 대거 교체할 경우 정권의 안정성이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울러 “이제 겨우 100일인데 조금 시간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현실론, 동정론도 대폭 개편론을 제어하고 있다.

그러나 그저 3, 4명 교체하는 것으로 들끓는 민심이 가라앉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지금의 위기를 고려하면, 최소한 정권에 중대한 부담을 준 책임자들은 일단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권 내에서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우선 현 정권의 어려움을 초래한 인사문제부터 해부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고소영ㆍS라인’(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출신, 서울시 멤버)에다 ‘강부자’(강남 땅부자) 인사로 채워졌다는 비난 속에 장관 후보자 3명과 청와대 수석이 중도 하차했다. 인사를 독점한 비서관은 물론, 검증을 제대로 못한 청와대 민정라인이 책임져야 할 대목이다.

다음은 정무분야. 한나라당 공천이 친이 인사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여당 내 불화를 초래했다. 야당과는 아예 대화가 단절됐으며 시민사회단체와는 연결고리마저 끊어졌다. 여권 내 소통도 잘 안 된다. 자연 정무라인 교체론이 고개를 든다.

경제분야도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 유가급등에 고물가로 서민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는데도 경제라인의 역할은 없었다. 이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와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이견만 거듭 노출했다. ‘MB노믹스’의 실현을 위해 대수술이 요구된다.

가장 큰 문제는 쇠고기 졸속협상. 주무인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재고의 여지가 없어보인다. 외교부 책임론을 제기, 부처 갈등을 야기한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처신도 매우 부적절했다는 평이다. 또 민심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 민정라인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하지 못한 홍보라인도 책임이 크다.

촛불시위에 대해 엄정 처벌만 강조하다 결과적으로 화(禍)를 키운 법무부와 경찰청도 문책대상이 된다. 국가예산 모교 지원 등의 물의를 일으킨 교육부장관도 교체대상의 앞 순위에 해당하며, 중국과 일본에서 ‘결례’를 당하고 대북문제에서도 오락가락하는 외교라인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런 문제들의 근저에는 ‘콘트롤타워’의 부재(不在)도 한 원인이다. 내각에는 국무총리, 청와대에는 대통령실장이 100일 동안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현 정부의 100일은 ‘오류와 혼돈의 연속’으로 요약된다. 때문에 많은 각료와 수석들이 교체대상에 올라있지만 총리나 장관의 경우 인사청문회를 실시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대신 청와대 수석들이 유탄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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