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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살살 파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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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살살 파괴하자

입력
2008.06.0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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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일단 차 가진 사람들은 할 말 없다. 차 제작에 들어간 환경파괴는 둘째 치고, 도로건설을 위한 환경파괴와, 차 끌고 다니느라 하고 있는 환경파괴를 생각하면 유구무언이다. 나 같은 글쟁이들도 할 말 없다. 책 한 권에 숲이 하나 사라진다니. 가장 자연친화적으로 보이는 농부들도 농사 자체가 환경파괴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시 할 말 없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그 어떤 인간도, 삶을 영위하는 한, 환경을 말할 자격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환경을 말한다. 솔직히 인정하자. 지금까지는 환경을 파괴하는 것으로 먹고 살아왔지만, 더 이상 파괴했다가는 먹고 사는 건 둘째 치고, 생존을 위협당할 만큼, 환경이 망가진 거다. 이미 도를 넘어서 파괴해온 것이다.

이제라도 적당히, 살살, 파괴하자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서양 나라들 수백 년 걸리는 거 단숨에 따라잡느라고, 원 없이 파괴해왔다. 계속 이러다간 내 자식 발붙일 데나 있을는지. 그래서 우리는 환경을 외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은 구석구석 날마다 공사판이고, 새정부는 대운하라는 핵폭탄급 환경파괴 망상을 키워가고 있다. 환경의 날을 맞아, 재협상과 대운하백지화계획을 발표한다면 얼마나 멋질까.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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