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가수 조영남(63)은 바닥에 바퀴가 달린 힐리스 신발을 신고 음악당 앞 광장을 빙그르르 돌았다. "이번 공연 때도 이걸 신고 하려고." 뿔테 안경에 연미복 차림의 조영남이 콘서트홀 무대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장면을 떠올리자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조영남은 8월 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데뷔 40주년 기념 독창회를 연다. 뮤지컬, 발레, 오페라 등 여러 장르를 포괄하는 오페라극장에서는 조용필이 여러 차례 콘서트를 했지만, 정통 클래식 공연장인 콘서트홀에서 단독 공연을 하는 대중가수는 조영남이 처음이다.
특히 인순이, 이소라 등 몇몇 가수들이 예술의전당 대관 심사에서 탈락한 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낸지 얼마 안된 시점이라 더욱 관심을 모은다. 대중가수 최초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을 앞둔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거창한 각오와 그럴 듯한 의미 부여를 기대했건만 그의 대답은 "솔직히 이번 공연 물릴 수 없나, 안할 수 없나 그러고 있다"는 것이었다.
"40주년이니까 의미있는 곳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처음이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나중에 알고 기겁을 했죠. 기획사에서 대관 신청을 한 사실을 모른 채 인순이한테 '뭐하러 굳이 거기서 하려고 하냐'는 이야기까지 했거든요. 같은 시간대에 DJ를 하고 있어 매일 만나는 이소라한테는 미안한 마음에 온갖 애교를 다 부려요. 어차피 사라질 차별인데, 공교롭게 내가 딱 걸린 거죠. 성악을 전공한 것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테고…."
이번 공연의 타이틀은 '40년 만의 귀향'. 40년 전 서울대 성악과 시절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프로벤차 네 고향으로' 같은 오페라 아리아와 이탈리아 가곡 등 클래식 레퍼토리가 여럿 포함됐다. 반주는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한다. 라> 토스카>
한 곡의 아리아를 바리톤 김동규와 번갈아 부르는 순서도 있다. 김동규는 이탈리아 유학 직후 조영남의 집에서 기거했던 인연이 있다. "김동규는 오리지널로 부르고 나는 뽕짝으로, 내 스타일대로 부르는 거죠. 듣는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지 않겠어요?"
그는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고민이 많다고 했다. 40년간 멋대로 노래했는데 오케스트라와 공연할 때는 애드리브가 잘 안돼서 고민이고, 너무 클래식하게 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 고민이고, 그렇다고 하던대로 하면 무게가 없을까봐 고민이라고 했다.
적당한 지점을 찾고 있다는 그에게 '화개장터'도 부르냐고 했더니 "그게 가장 큰 고민거리"라며 웃었다. "이런 심각한 상황을 테너, 바리톤, 대중가수, 성가가수의 1인4역으로 해결하려구요." 그만이 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레퍼토리로 승부를 걸겠다는 뜻이다.
용문고 2학년 때 독학으로 성악 공부를 시작한 조영남은 이듬해 성악 콩쿠르에서 1등을 하고, 서울대에 입학하자마자 교내 오페라에서 주역을 도맡는 등 꽤 촉망받는 음악도였다. 대중가수를 하느라 오페라 가수를 포기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테너는 하이C(3옥타브 도)가 안돼서 접었고, 바리톤은 풍채가 좋아야 멋있는데 키가 작아 늘 상대역을 올려다봐야 했어요. 키가 조금만 더 크고, 코가 조금만 더 높았어도 어찌 됐을지 모르지."(웃음)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