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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고품격 비행으로 고유가 위기 넘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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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고품격 비행으로 고유가 위기 넘을 것"

입력
2008.06.0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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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창립 40주년을 맞는 내년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선대 회장께서 전념했던 운송ㆍ물류사업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되, 연관 산업을 보다 섬세하고 단계적으로 파고들어 새 성장동력을 찾고 이를 통해 발전 기반을 다질 생각이다.”

2일(현지시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 총회가 열리고 있는 터키 이스탄불 콘래드 호텔 2층 컨퍼런스홀에서 조양호(59ㆍ사진) 한진그룹 회장을 만났다.

조 회장은 ‘국제 항공업계의 유엔’으로 불리는 IATA 총회에서 임기 2년의 집행위원에 다섯 번째 선임됐다. 그는 집행위원 5선(選)의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옆에 있던 에어프랑스-KLM 최고경영자(CEO) 장 시릴 스피네타 회장을 가리키며 “IATA 집행위원 중 스피네타 회장 다음의 ‘넘버2’ 시니어가 돼 무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대한민국과 국제 항공업계 발전을 위해 할 일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번 총회의 주요 의제에 대해 “한 마디로 누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는 위기대응 능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국제 항공업계는 유가 급등에 따른 존폐 위기 속에서도 항공사 간 합종연횡과 인수ㆍ합병(M&A)이 봇물을 이루는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외부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지속가능 경영의 실질적인 노하우 체득에 목말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환경문제 역시 항공산업에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면서 차세대 연료절약형 항공기 도입 등 미래 환경문제에 대처할 혜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항공업계 30년 경력의 노련한 CEO에게도 지금은 9ㆍ11테러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 때보다 더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최근 한국ㆍ사우디아라비아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에 선임된 조 회장에게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최대 주주인 에쓰오일의 2대 주주(지분율 28.4%)로서 추가 지분 매입에 대한 의향을 물어봤다. 조 회장은 “일각에선 한진이 에쓰오일을 인수할 것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결코 자금 부담을 떠안으며 정유사업에 뛰어들 계획은 없다”며 “항공업체가 안정적 석유 확보를 위해 지분 참여하는 수준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일축했다.

조 회장은 제주 물 사업과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인수에 대해서도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사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에 대한 섭섭함도 드러냈다. 그는 “대한항공이 제주 노선 증편과 물 사업 참여, 서귀포 재개발사업 등을 잇따라 추진하다 보니 지나치게 제주를 짝사랑하는 것으로 비춰져 당혹스럽다”며 “한진이 제주를 독식하려는 것처럼 바라보는 일부 시각에 솔직히 서운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형식과 격식보다는 ‘알맹이’를 중시하는 조 회장의 화법은 솔직하고 담백했다.

대한항공의 모(母)기지인 인천국제공항이 이번 총회에서 최고 영예인 ‘이글 어워드’를 수상한 배경에는 조 회장의 측면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공항 고객인 ‘항공사 프렌들리’ 정책을 펴는 이재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의 고객 지향적 경영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최근 정부 일각에서 검토 중인 인천공항 민영화에 대해 “효율성과 유연성을 기반으로 한 민영화가 이뤄져야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익성 확보에만 치중할 경우 고객에게 비용을 전가하거나 공익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영화에 앞서 IATA 등 항공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해외 사례 등을 엄밀히 검토할 것도 주문했다.

저가 항공사 설립이 러시를 이루면서 대한항공도 7월부터 자회사 ‘에어코리아’ 운항에 돌입한다. 과연 어떤 모델의 저가 항공사로 차별화할지 궁금했다. 조 회장은 “안전운항을 책임지는 프리미엄급 실용 항공사가 목표”라며 “아시아 지역에서 저가 항공사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에어코리아의 경우 항공사 운영의 필수 요건인 안전운항을 기본으로 정비ㆍ운항 부문을 대한항공에 아웃소싱 할 것”이라며 “안전성이 검증된 B737-800 항공기 등을 투입해 글로벌 스탠더드 기준을 충족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어코리아는 고객들이 안전하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적 프리미엄 실용 항공사를 지향하고, 대한항공은 고품격 서비스를 바탕으로 명품 항공사의 위치를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조 회장은 세심하면서도 뚝심 있는 경영인으로 통한다. 호텔 체크아웃도 비서를 시키지 않고 본인이 직접 한다. 물 한 병 먹은 것과 인터넷 사용시간까지 꼼꼼히 챙긴다. 그의 뛰어난 상황 판단력과 뚝심 경영은 위기상황 일수록 빛을 발해 믿음직한 성과로 연결됐다.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한진그룹 창립 40주년이 기다려진다.

이스탄불=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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