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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작가' 김혜정, 10년 만에 성장소설 '하이킹 걸즈'로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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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작가' 김혜정, 10년 만에 성장소설 '하이킹 걸즈'로 컴백

입력
2008.06.0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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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평여자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 IQ가 158일 만큼 머리가 좋아 공부도 전교에서 1, 2등을 다툴 정도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취미 생활로 PC통신과 검도를 즐기며 장래의 꿈은 뛰어난 작가나 정치가가 되는 것이다.'

1997년 화제 속 출간돼 2만5,000부 판매고를 올린 청소년소설 <가출일기> 책날개에 이렇게 소개된 여중생 작가 김혜정(25)씨가 십 년 세월을 건너 '뛰어난 작가'로 돌아왔다. 지난해 6월 비룡소 출판사의 청소년소설 공모전 '제1회 블루픽션상'을 받은 김씨는 1년 가까이 수상작을 대폭 손질해 지난달 말 <하이킹 걸즈> (비룡소 발행)를 펴냈다.

책은 두 여고생 '은성' '보라'의 실크로드 여행기 혹은 모험담이자, 성장소설이다. 미혼모 딸이란 이유로 자신을 험담하는 급우를 흠씬 때린 은성과, 습관적으로 물건을 훔치다가 적발된 보라는 소년원에 가는 대신 70일간 실크로드 사막길을 걷는 것으로 죗값을 치르는 쪽을 택한다.

이런 교화 제도가 없는 국내의 독자에겐 낯설고도 참신한 설정이다. 김씨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책을 읽으며 이런 모티프를 얻었다. 올리비에씨는 비행 청소년들에게 도보 여행을 통해 재활 기회를 주는 사업을 펴는 '쇠이유 협회' 창설자다.

여행길과 성장 노정을 겹치는 상상력 자체는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김씨는 실크로드 걷기라는 극한 상황과 생생한 캐릭터 묘사로 이런 익숙함을 정면 돌파한다.

국내 출간된 실크로드 관련 여행서를 섭렵한 뒤 공모작을 썼던 김씨는 당선 후인 작년 8월 직접 실크로드를 다녀와서 올해 5월까지 작품 중ㆍ후반부를 새로 쓰다시피하며 이야기와 묘사에 생동감을 부여했다.

두 주인공이 인솔자인 '미주 언니'로부터 도망쳐 신장위구르 자치구 내 도시와 유목민 마을 등을 열흘간 유랑하는 내용은 이 다시쓰기 과정 중 탄생해 작품을 흥미롭게 변주한다. 주인공이 한 명인 대개의 성장소설과 달리 은성ㆍ보라를 '투톱'으로 세워 이야기의 굴곡을 더한 점도 인상적이다.

3일 기자와 만난 김씨는 "은성이와 보라가 여행 도중 무단 이탈한 까닭에 귀국 후 처벌을 면할 수 없게 됐지만, 얘네들을 끝까지 걷게 하자, 그러면 삶의 길도 찾을 수 있을 거다, 라는 생각으로 결론을 써내려갔다"고 말했다.

여기엔 석사 논문(서강대 대학원 국문과), 연애 등 이런저런 일이 '엎어지고' 말았던 지난 2년을 보낸 김씨가 다시금 삶의 의욕을 회복하려는 의지가 투영되기도 했다.

첫 책과 이번 두 번째 책 출간 사이 10년 동안 김씨는 꾸준히 소설을 썼고, 그 중 일부는 신춘문예, 공모전 등에 투고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이제 일기에 가까운, 자족적인 글쓰기를 넘어 독자를 위한 글쓰기를 할 자신이 생겼다"고 그는 말했다.

"성장소설, 특히 가장 미결정적이고 역동적인 시기인 10대의 성장소설에 관심이 끌린다"는 김씨는 "엉뚱하고 독특한 10대 소녀 네 명을 주인공으로 한 연작소설, 그러니까 가네시로 카즈키의 '더 좀비스' 시리즈처럼 불온하고 유쾌한 장편 연작을 집필 중"이라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사진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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