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이미지의 속성' 비판적 접근이 중요
[논제1]
제시문(가)의 그림과 (나)의 사진에 나타난 이미지의 성격을 비교하여 서술해 보시오. (300자 내외)
[논제2]
[논제1]의 답안을 참고해 (다)에 나타난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광고가 소비자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서술해 보시오. (1,200자 내외)
[제시문]
(가) 옛 사람이 높은 선비의 맑은 향기를 그리려 하되, 향기가 형태 없기로 난(蘭)을 그렸던 것이다. (중략) 붓에 먹을 듬뿍 찍어 한 폭 대(竹)를 그리면 늠름한 장부, 불굴의 기개가 서릿발 같고, 다시 붓을 바꾸어 한 폭을 그리면 소슬한 바람이 상강(湘江)의 넋을 실어 오는 듯 했다. 갈대를 그리면 가을이 오고, 돌을 그리면 고박(古樸)한 음향이 그윽하니, 신기(神技)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러기에 예술인 것이다.
종이 위에 그린 풀잎에서 어떻게 향기를 맡으며, 먹으로 그린 들에서 어떻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 이것이 심안(心眼)이다. 문심(文心)과 문정(文情)이 통하기 때문이다. (중략)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자연이 아니요 내 프리즘을 통하여 재생된 자연인 까닭에 새롭고, 자신은 주관적인 자신이 아니요 응시(凝視)해서 얻은 객관적인 자신일 때 하나의 인간상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감정은 여과된 감정이라야 아름답고, 사색은 발효된 사색이라야 정(情)이 서리나니, 여기서 비로소 사소하고 잡다한 모든 것이 모두 다 글이 되는 것이다. -윤오영, <쓰고 싶고 읽고싶은 글>
(나) 사진이라는 매체의 중심에는 또 다른 역설(逆說)들이 숨어 있다. 대상을 틀에 맞게 짜 넣는 사진작가의 주관적 시각은 카메라 기술의 객관성이나 투명성을 가장하는 사진기록의 사실주의적 성격과 조화되기 어렵다. 지난 10여 년 동안 사진기술의 과학적 중립성에 대한 의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추세이다.
사진은 더 이상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세상을 향해 열린 창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특수한 사람이 특수한 목적을 갖고 설치해 놓은 고도로 선택적인 여과장치인 것이다.
이제 사진은 단순히 현실의 복제물로만 간주될 수 없다. 타인(Tyne)강가의 뉴캐슬 거리에 포스터로 전시되었던 <소유> 라는 작품에는 한 쌍의 남녀가 껴안고 있는 사진과 ‘당신에게 있어 소유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사진과 문장에 의해 암시되는 성의 정치성은 사진 아래 부분에 삽입된 ‘우리 인구의 7%가 84%의 부를 소유하고 있다.’라는 텍스트에 의해 재빨리 경제적 관점으로 재기호화 된다. -린다 허천, <포스트모더니즘의 이론과 전략>
(다) 아직 테이크아웃(Takeout) 커피 시장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때에 스타벅스(Starbucks)를 비롯한 몇몇 커피 전문점이 국내에 상륙하며 새로운 커피 문화를 정착시켰다. 이 중 스타벅스의 역할이 가장 컸다. 이국적인 매장 분위기와 맛이 어우러져 고객에게 새로운 감성으로 다가갈 수 있었고, 고객은 스타벅스에 와서 새로운 문화와 감성을 체험할 수 있었다. 즉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것은 단지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감성적으로 즐겁고 친밀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개봉된 헐리웃 영화 ‘I am Sam'의 광고 효과는 지대한 것이었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영화 속에 가득한 스타벅스를 기억할 것이다. 주인공의 직장이 스타벅스로 나오면서 화면 속에 엄청난 수의 스타벅스 컵과 로고, 매장 광경이 등장했다.
영화 속에 제품을 등장시켜 간접 광고를 하는 PPL(Product Placement)의 수준을 넘어서서 스타벅스 홍보 영화라 할 수 있을 정도였던 이 영화는 스타벅스가 상당수의 제작비를 지원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전세계에 상영되고 흥행 가도를 달렸던 것을 감안하면, 그 홍보 효과란 가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스타벅스는 장애인을 고용하고 그를 승진까지 시켜주는 따뜻한 기업이었으며, 영화 전체에 흐르는 따뜻한 사랑의 메시지가 보는 이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스타벅스는 차별점이 없어 보이는 커피 시장에서, 신선하고 품질이 좋으며 이국적인 맛을 연출함과 동시에 여유 있고 풍족한 삶을 누린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통해 고품격 브랜드로 자리매김 되었다. 또한 고객들은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말미암아 자신이 추구하고 있는 준거집단에 속한다는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객들은 스타벅스를 찾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진보적이고 낭만적이며 세련되었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략) -권현수, <체험마케팅의 효과에 관한 연구>
* 제시문, 제시문 분석 및 논제 분석의 전문은 EBSi 논술방(www.ebsi.co.kr)에 게재
[예시 개요]
- 도입: 수용자의 욕망을 자극한 이미지와 광고의 사례를 언급함
- 전개1: (나)의 스타벅스 광고의 사례에서 (가)에서 언급된 이미지의 속성을 찾음
- 전개2: 대중들에게 공통적으로 내재된 심리를 찾고 조작된 이미지가 대중의 욕망과 맞물리게 되는 과정을 서술함
- 부언: 광고의 이미지를 비판적이고 주체적인 자세로 수용할 것을 강조함
[제시문 분석]
(가)에서 그림은 화가의 주관을 통해 재해석된 예술작품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어떤 화가가 그린 매화 그림에서는 ‘이것이 매화군.’ 하는 인식의 차원을 넘어 그 화가의 개성과 정신을 맛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에서의 사진 역시 작가의 주관과 개성이 담긴 이미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제시문 (가)에서 언급된 작가의 정신이 담긴 예술작품으로서의 의미와는 달리, 사진은 어떠한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를 갖는다. 여기서 이미지가 갖는 조작적인 특징을 읽어내고, 이와 광고의 속성을 연결시켜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는 ‘스타벅스의 성공신화’ 사례를 들어 광고가 소비자들의 심리에 미치는 효과를 돌아본 글이다. 스타벅스의 사례에서 조작된 이미지가 소비자들의 욕망을 자극하여 상업적인 효과를 거두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조작된 이미지는 소비자들에게 특정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소비자는 스타벅스에 대해 일상에서 느끼기 힘든 새로운 감성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갖고, 그러한 체험을 하기 위해 스타벅스를 찾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스타벅스는 세련되고 고급화된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 이와 동시에 스타벅스를 찾는 사람들은 고급화된 집단에 속했다는 사실로 인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출제 의도]
길거리를 행보하며 나와 똑같은 물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을 때 나는 이중적인 심리를 느끼게 된다. 특정한 준거집단에 속해 있다는 만족감을 느낌과 동시에 ‘과연 나와 저 사람들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라는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후자의 심리가 바로 정체성의 혼란으로부터 비롯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장님이 아니고 귀머거리가 아닌 이상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도처에 나도는 조작된 이미지를 접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이미지에 잠식당하지 않는 주체적이고 합리적인 현대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본 논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그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점이 지닌 속성을 진지하게 고찰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논제에 대한 접근 방식]
[논제1] (가), (나)에 나타난 이미지의 속성을 비교하기를 요구하고 있으므로 두 대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염두에 두고 읽는 것이 좋다. 그림과 사진은 모두 작가의 주관에 의해 창조된 결과물이라는 공통점을 추출해내야 한다. 반면, 그림은 작가의 정신과 개성이 담긴 것이며, 사진은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장치라 한다. 두 대상이 생겨난 의도에 주목하면 이처럼 둘 사이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논제2]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논제1]에서 서술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에 나타난 현상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먼저 스타벅스 열풍이 생겨나게 된 원인을 (나)에 나타난 이미지의 속성과 관련지울 수 있어야 한다. (나)에 언급된 사진의 실례에 따르면, 이미지는 특수한 사람에 의해 특수한 목적을 띄고 조작될 수 있다.
‘I Am Sam'이라는 영화에 나타난 스타벅스의 이미지는 영리를 추구하는 스타벅스에 의해, ’따뜻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조작된 이미지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조작된 이미지는 보다 멋진 자신의 모습을 꿈꾸는 소비자의 욕망을 겨냥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여 상업적 효과를 거두는 것이 광고의 원리이자 목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염재철.EBS논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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