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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촛불집회 속엔…/ <下> 폭력시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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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촛불집회 속엔…/ <下> 폭력시위는 없다

입력
2008.06.03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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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을 고시한 29일. 서울 도심에는 이를 반대하는 1만여 명의 집회 참가자들과 8,000여 명의 경찰 병력이 맞서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고시가 강행될 경우 촛불집회가 격화하고, 자칫 폭력시위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결과는 '기우'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명동과 종로 일대의 차로를 점거하고 30일 새벽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으나 경찰과 별다른 충돌을 빚지 않았다.

경찰이 참가자 연행을 자제한다는 방침을 지킨 측면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갈수록 성숙해지는 시민들의 집회문화가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집회가 거듭될수록 "폭력집회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시민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완충활동'에 나선 예비군들

거리행진에서는 예비군복을 입은 집회 참석자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이 단연 눈에 띈다. 시민과 경찰의 충돌 조짐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예비군들이 나타나 상황을 정리한다. 경찰 병력과 시민들의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흥분한 일부 시민들의 과격한 행동을 자제 시키는 게 주된 역할이다. 30일 밤 경찰과 시민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대치했을 때도 예비군들이 스크럼을 짜고 시위대 최전방에 나섰다.

장교 출신들도 가세했다. 자신을 학사장교를 마친 예비역 중위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인터넷 게시판에 "설마 예비역 중위와 대위를 좌파로 몰아세우겠냐"며 "군 동기들과 함께 정복을 입고 나가겠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예비군들은 나름의 사명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6년차 직장예비군 박모(31)씨는 "인터넷에서 모이자는 글을 보고 자발적으로 참가했다"며 "촛불 든 맨손의 시민들이 잡혀가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회사원 정모(31)씨도 "경찰의 방패에 맞서 일종의 '인간 방패'가 되겠다는 생각에 현장에 나왔다"며 "전ㆍ의경들에게는 군생활 선배, 시민들에게는 안전 지킴이로 완충 역할을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시민도 폭력엔 거부감

대다수 시민들도 폭력사태는 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30일 새벽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는 인도를 가로막은 경찰병력과 세종로사거리로 진출하려는 시민들이 대치했다. 흥분한 일부 시민은 경찰을 향해 "왜 못 가게 막느냐, 집에 갈 테니까 비켜라"고 고함을 치면서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 시민이 나서 "전경들에게 뭐라고 하지 말라"며 "저 친구들도 군복무 하는 거라 어쩔 수가 없다"고 진정시켰다. 다른 시민은 "폭력은 여론을 나쁘게 하는 빌미가 된다"며 "절대 비폭력으로 맞서야 한다"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사복경찰관이 기자나 일반인으로 신분을 위장해 사진 채증을 하다가 발각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시민들은 일절 폭력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한 시민은 "성숙한 시위를 위해서는 경찰병력을 향해 욕설과 조롱을 하거나 시비를 거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창 기자 박민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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