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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불만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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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불만합창단

입력
2008.06.0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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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불만 없는 사람은 없다. 아이는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컴퓨터 게임에만 매달리고, 부하는 제멋대로이고 상사는 핀잔만 주고. 게다가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울화통이 치민다. 기름값은 치솟고, 정부의 미국 쇠고기 수입 정책을 보면 국민의 먹거리 안전은 뒷전인 것 같고. 이런 불만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쌓아 놓기만 하자니 병이 될 것 같고, 열 받아 술로 달래자니 건강만 망가지고. 결론은 그때그때 터뜨리는 것이 상책. 문제는 방법이다. 잘못하다가는 오히려 더 큰 화를 입기 쉬우니.

▦어디 좋은 아이디어 없나. 있다. 바로 불만합창단(Complaintschoir)이다. 우리 함께 모여 불만을 토로하고, 그것을 노래로 만들어 불러 보자. 이런 생각을 가장 먼저 한 사람은 예술가인 핀란드의 텔레르보 칼라이넨과 독일의 올리버 코차-칼라이넨. 불평 불만이 보편적이니 어디에서든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2005년 5월 영국 버밍엄에서 주민들의 불만을 접수하고, 그것을 노래로 만들고, 18명의 단원을 모집해 공연을 시작했다.

▦그들의 동영상을 보고 지금까지 헬싱키, 함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 싱가포르 등 모두 16개 도시에서 불만합창단이 조직됐다. 그들이 노래로 쏟아낸 크고 작은 불만을 들어보자. ‘버스 기사 아저씨는 너무 불친절해’(버밍엄) ‘일만 해서는 부자가 될 수 없고’(헬싱키) ‘왜 이렇게 학교는 아침 일찍 시작해, 왜 우린 숙제가 이리도 많아’(포이킬락소) ‘관료의 축소, 멋진 공원들, 소규모 수업…학교와 운하의 개ㆍ보수, 현대식 통합정책, 시민들의 소리를 귀담아 듣겠다고, 모든 게 다 허풍이네’(함부르크). 어쩌면 지금 우리가 가진 불만들과 비슷할까.

▦우리나라에도 불만합창단이 생긴다. 희망제작소가 시민들의 불만, 짜증을 사회의 자원으로 전환하는 ‘사회창안’ 하나로 지역별로 합창단을 조직해 10월 11일 ‘불만합창 페스티벌’까지 열 계획이다. 이 단체의 박원순 상임이사는 “과격한 시위나 폭력적인 언사와 요구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과정이 평화적이고 재미난 축제 방식이 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정말 궁금해진다. 어떤 사람들이 참가할지, 어떤 불만들을 얼마만큼 재치 있게 노래에 담을지, 그 노래를 듣고 불만 제공자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이제는 시위조차 놀이로 즐기려는 젊은이들은 어떻게 반응할지, 그리고 그 효과는 어떨지.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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