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닷가에서 본 풍경 중에 가장 기이한 것은, 어느 어부(작은 배의 선장님이었다)가 바다를 향해 쓰레기를 던지는 모습이었다. 막 잡은 고기를 회쳐먹고 라면 끓여먹고 소주를 여러 병 비웠기 때문에 쓰레기가 많았다. 가장 어렸던 내가 쓰레기를 치우려하는데, 어부 어르신이 벌떡 일어나더니 쓰레기들을 빼앗다시피 해서는 바다에 던져댔다. 이렇게 외치며. “버려, 싹 버려버려! 빨리 다 망해버려!” 우리는 놀러가서 본 바다였지만, 그분께는 생계현장의 바다였다.
자신의 생계현장에 쓰레기와 악담을 퍼부을 정도로, 그분의 삶은 신산했던 것일까? 나는 농사꾼 부모를 두어서 도시 사람들이 ‘전원일기’ 쓰고 ‘대추나무 사랑 걸린’ 곳처럼 아는 농촌이 얼마나 각박한 삶의 현장인지 잘 알고 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하필이면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 끊는 이들이 속출하는 곳인 거다.
많은 이들이 ‘해수욕장’이나 ‘회 먹는 데’ 혹은 ‘낚시터’로 알고 있는 바다도 농촌 못지않게 오해받고 있는 모양이다. 쓰레기를 바다에 던지는 모습이, 내게는 농약을 마시는 모습처럼 비극적으로 보였다. 대기업이 야기한 기름유출사고가 난 지 반년이 지났다. 하지만 바다와 어부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아니 더욱 심해지고 있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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