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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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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오적

입력
2008.06.03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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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 답게

1970년 6월 2일 시인 김지하(67)가 ‘오적(五賊)’ 사건으로 구속됐다. ‘사상계’ 그 해 5월호에 발표된 ‘오적’은 그가 사흘 만에 “신명이 지펴” 썼다는 담시(譚詩)다. 회고록 <흰 그늘의 길> 에서 김지하는 말한다. “바이런의 시에 ‘하루 아침 깨어보니 갑자기 유명해졌다’는 구절이 있다던가. 나는 국내와 국외에 일약 초유의 명사가 되어 있었다. 그것뿐인가? 아니, 내 주장을 한번만 더 들어준다면 이렇게 강변하겠다. 민족문학운동의 첫 시작, 판소리의 현대화, 부패 비판을 시작으로 한 민중 주체의 민족통일혁명 세력의 합법적 전선투쟁의 시작, 뭐 이런 것 아닐까?” 어쨌든 ‘오적’으로 본명 김영일,‘지하에서 활동한다’는 의미로 ‘지하’라는 필명을 썼던 스물아홉살 저항시인 김지하의 이름은,1970년대라는 시대와 동의어가 됐다.

‘시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 말고 똑 이렇게 쓰다’로 시작하는 ‘오적’은 당대의 사회현실을 우리의 가락으로, 우리 구비문학 고유의 풍자와 해학으로 신랄하게 비판한 시다. 김지하는 일제에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에 빗대 당시의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 다섯 부류의 부패한 특권층을 오적으로 규정하고,그 각각에 개 견(犬) 부가 들어가는 한자를 써서 신조어를 만들었다. 개 같은 오적이 도둑질시합을 벌이는 것이 시의 내용이다. ‘서울이라 장안 한복판에 다섯 도둑이 모여 살았겄다/…/ 예가 바로 재벌, 국회의원,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라 이름하는,/ 간뗑이가 부어 남산만하고 목 질기기는 동탁배꼽 같은/ 천하흉포 오적의 소굴이렷다./ 사람마다 뱃속이 오장육보로 되었으되/ 이놈들의 배 안에는 큰 황소불알 만한 도둑보가 곁붙어 오장칠보,/ 본시 한 왕초에게 도둑질을 배웠으나 재조는 각각이라/ 밤낮없이 도둑질만 일삼으니 그 재조 또한 신기에 이르렀것다.’

시대는 변해도 오적은 되살아나기 마련인가. ‘언론’이 오적으로 규정돼 마음을 써글프게 하더니, 요즘은 ‘광우병 오적’이 온 국민을 분노케 만들고 있다 한다.

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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