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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전문적 평가체제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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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전문적 평가체제 시급하다

입력
2008.06.0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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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사교육비의 폭증이 국가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공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나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서 이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더구나 개별 학생의 학업성취도나 개별 교사의 전문성 수준에 대한 진단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 공교육 문제와 관련해서 합리적이고 타당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교육의 값 따지고 높이는 활동

역사상 요즈음처럼 평가가 강조되었던 시기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대학에서는 교수평가, 강의평가, 교육프로그램 평가 등이 중시되고 있고, 기업이나 연구소 등에서는 직원평가, 경영평가, 품질평가, 서비스평가 등이 이미 일상화되고 있다. 복잡하고 급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우리 인간의 삶은 선택 혹은 의사결정의 연속이며, 그러한 선택 혹은 의사결정을 위해 일련의 평가 과정을 거치게 된다. 우리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평가를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우리는 항상 평가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흔히 평가를 부담스럽고 귀찮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국경 없는 무한경쟁의 세계화 시대에 평가를 무시하거나 회피하면서 생존하기란 거의 불가능한데도 말이다. 여기서 평가란 ‘가치를 따져 값을 매긴다’는 의미다. 즉, 어떤 사람이나 사물, 혹은 방법이나 절차 등의 옳고 그름, 선함과 악함, 아름다움과 추함, 우수함과 열등함, 좋고 나쁨, 그리고 그 수준이나 정도를 따지는 것이다.

또한, 평가는 어떤 특성이나 현상에 대해 가치를 따져 값을 매김과 동시에, 그 값을 더 높이기 위해 개선ㆍ발전 방안을 탐색하는 전문적인 활동이다. 따라서 우리가 선진 일류국가로 진입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ㆍ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정착시켜야 한다.

각 분야에서 평가를 체계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평가 대상의 상태 혹은 실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이는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 상태를 제대로 진단하는 것이 중요한 것과 같다. 그 다음으로 과학적 연구 성과에 근거한 적절한 처방이 필요하다. 이는 특정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그에 적절한 처방을 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수정ㆍ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자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적절한 처방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필요에 따라 처음에 내린 처방을 수정ㆍ보완하는 것이 필요한 것과 같은 원리이다. <명심보감(明心寶鑑)> 에도 ‘가는 길이 멀어야 타고 가는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사귄 지가 오래 되어야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특정 평가 대상에 대해 성급하게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이 아니라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점검하면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수정ㆍ보완도 해야 하는 것이다.

사교육비 경감도 출발은 여기

교육 분야에서도 국가의 교육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 공교육을 내실화하고 사교육비를 경감하기 위한 지름길은 바로 전문적인 평가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래서 개별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체계적으로 진단하고, 학습부진의 원인을 합리적으로 규명하며, 타당하고 적절한 교육적 처방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개별 교사의 전문성 수준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전문성을 신장하기 위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안들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공교육에 대한 자료나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고, 과학적 연구 성과에 근거한 학생 및 교사평가가 정착되어야 한다. 아울러 평가의 전문성과 지속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행정적 재정적 지원과 함께 학업성취도 평가나 교사평가 등 각종 교육평가에 대한 법제화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백순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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