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 6년새 12배나 폭증수리비는 국산의 3배 넘어… AS센터도 태부족
#1 렌터카 업체인 H사는 수입차 업체 한국닛산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 청구를 준비중이다. 고객 최모씨와 ‘인피티니 M35’ 장기 렌터카 계약을 했는데 이 차의 트랜스미션 고장으로 차량 운행을 못해 차량 수리비를 포함해 600만원의 손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2 지난해 6월초 독일 차량을 리스로 구입한 A씨는 몇 개월째 운행을 하지 못한 채 수백만원의 리스료만 물고 있다. 차를 후진했다가 전진하기 위해 액셀레이터를 밟으면 덜덜거리면서 가속이 안돼 수리를 의뢰하자 서비스 관계자가 “독일에서 기술자가 와야 수리가 가능하다”며 손을 놓은 것이다.
안전에서는 한 수위라고 자랑하는 수입차가 오히려 운전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수입차 판매는 늘어나는 데 반해 품질과 사후서비스(AS)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수입차 업체들이 돈벌이에 급급해 AS망 확대나 기술자 양성을 등한시한 결과다.
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크라이슬러코리아, GM코리아, BMW, 볼보, 스투트가르트 등 대부분의 수입차 업체들이 자발적인 리콜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리콜 대수와 차종이 매년 늘어나고 있어 수입차 품질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고가의 스포츠카인 포르셰 카이엔 V6(3,600㏄)는 연료 공급관이 차체와 닿아 기름 유출 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101대에 대한 리콜이 진행중이다.
BMW는 올해 초 320i(E90) 승용차 총 632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고 있다. 엔진 공회전 상태에서 에어컨 및 파워스티어링 등을 동작시킬 경우 시동이 꺼질 수 있는 결함이다. 지난해부터 BMW 고객들이 소비자원을 비롯해 소비자 단체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한 결과다. GM코리아㈜에서 수입 판매한 CTS, STS, SRX 승용 모델은 후륜 구동장치의 기어박스 오일 실(Oil Seal) 불량으로 오일이 누출돼 주행 중 차량이 멈출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차 리콜은 2001년 11개 모델 1,225대에서 지난해에는 67개 모델 1만4,561대로 6년 사이 12배 가까이 늘었다. 판매되는 차량 4대 중 한 대 꼴로 리콜 대상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이처럼 심각한 품질 문제를 개선하기보다 오히려 이를 악용해 잇속을 챙기고 있다. ‘수입차는 새차 값보다 수리비가 더 든다’는 속설이 과언이 아니다. 수입차 직영딜러의 AS와 관련된 수리비는 국산차와 큰 격차를 보인다.
보험개발원 산하 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국산차와 수입차의 수리비 격차를 분석한 결과 건당 수리비가 2005년 2.98배, 2006년 3.05배, 2007년 3.1배 이상으로 매년 격차가 벌어졌다. 부품은 국산차의 5.2배, 도장료 2.3배, 탈부착료 1.5배, 판금비 5.3배에 달한다. 특히 시간당 공임도 메르세데스 벤츠 4만8,000원, BMW코리아 4만9,800원, 렉서스 4만2,000원 등 국산차의 5배에 이른다.
부족한 AS망도 문제다. ‘수리를 받으러 대구에서 서울까지 온다’는 말이 수입차 업계에서는 흔한 일이다. 폭스바겐코리아의 12개 AS 센터중 판금, 도색 등 모든 수리가 가능한 곳은 3곳에 불과하다. 볼보코리아는 15개 중 4곳, 한국닛산은 9개중 3곳에 그친다.
한국소비자원 김종훈 팀장은 “수입차들의 품질 관련 불만이 계속 증가되는 추세”라며 “엔진 결함, 화재위험 등 안전과 생명에 결부된 문제들이 대부분이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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