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대통령 권한인 외교분야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AP통신은 2일 러시아 총리실 발표를 인용, 유리 우샤코프 주미대사가 총리실 부실장으로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우샤코프 대사는 1999년 미국 대사로 임명된 이후 푸틴 총리의 8년간 대통령 임기를 함께 해온 미국 전문가.
그는 향후 국제문제 전반에 관해 푸틴 총리와 내각을 조율하는 외교 자문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푸틴 총리는 외교분야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총리실 대변인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샤코프 대사는 총리와 내각을 조율하는 새로운 직책을 맡았을 뿐”이라며 “이번 임명이 푸틴 총리가 외교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푸틴 총리는 지난주 프랑스 방문 당시 대통령에 준하는 국빈 예우를 받으며 ‘실세 총리’라는 인상을 전세계에 각인시켰다. 푸틴 총리는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을 괴물에 비유하며 프랑스 정부에 미국과의 동맹 구축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우샤코프 대사도 푸틴 전 대통령의 외교 전략을 꿰뚫으며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 방어(MD) 체제 구축,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확대, 이란 핵 개발 문제 등을 둘러싼 미_러 외교전에서 상당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푸틴 총리가 첫 해외순방에서부터 외교정책을 거론한 데 이어 대미 전문가를 자신의 심복으로 등용한 것은 외교분야에서도 역할을 강화하려는 푸틴 총리의 의도를 대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 정치분석가인 레오니드 라치코프스키도 현지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부가 단일화된 외교정책이 아닌 1.5~2개의 외교정책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푸틴 총리를 비꼬았다. 현재 러시아 헌법상 외교정책 결정권은 전적으로 대통령 권한에 속하며 총리는 경제과 국내 정책을 관할한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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