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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일거수 일투족, 동영상에 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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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일거수 일투족, 동영상에 쫘악

입력
2008.06.0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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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이 쓰러진 여대생의 머리를 군홧발로 밟고 차는 동영상 장면이 공개돼 경찰의 폭력 진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과잉 대응 장면을 담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촛불집회 및 가두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디지털 카메라, 휴대폰 카메라, 캠코더를 들고 나와 집회ㆍ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과도한 폭력 진압 등 과잉 대응을 입증하는 ‘증거’를 적극 수집, 인터넷에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집회 현장에서 가두시위 참가자들의 불법 행위를 채증해야 할 경찰이 첨단 멀티미디로 무장한 ‘시민 채증단’의 위력에 밀려 거꾸로 ‘폭력 진압’장면을 채증당하는 상황에 놓였다. 또 불법 시위에 엄정 대응하겠다던 경찰로선 난감한 처지가 돼버렸다.

2일 각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한 결과, 인터넷 토론사이트 ‘다음아고라’나 동영상 검색사이트 ‘유튜브’ 등에는 물대포를 정면으로 맞고 시민이 실신하는 장명이 담긴 동영상,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여학생 사진 등 경찰의 과잉 폭력 진압을 고발하는 동영상이 시시각각 올라왔다.

이날 새벽에도 한 인터넷 매체의 가두시위 생중계에서는 시위대 강제 해산을 시도하기 위해 달려가던 경찰이 넘어진 시민을 그대로 밟고 지나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잡혔다.

촛불집회와 가두시위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시민 채증단’의 규모도 덩달아 커지면서 경찰 폭력을 감시하는 ‘시민 채증’의 사각지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시민 채증단은 경찰과 대치한 상황에서도 시위대 선두 너머로 보이는 경찰의 일거수 일투족을 속속들이 카메라에 담고 있다. 전경들이 전경버스 위로 올라간 시위대를 끌어내려 집단 폭행하는 장면이 찍힌 동영상이 인터넷 게시판을 후끈 달군 게 대표적인 예다.

경찰 관계자는 “솔직히 언제 어디서 찍힐 지 몰라 두렵기까지 하다”며 “시위가 끝나고 나면 시민들이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벌써 인터넷에 올라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위자들의 과격 행동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경찰이 실시하는 채증 활동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거리시위 현장에서는 사복 경찰관들이 기자나 일반시민 신분으로 위장한 채 몰래 사진 채증을 하다 발각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시민들은 이들에게 “왜 우리 얼굴을 찍느냐, 혹시 프락치 아니냐”며 신분증을 요구, 경찰관이라는 ‘자백’을 받아내기도 했다. 한 경찰관은 “채증 과정에서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많아 채증 요원들이 갈수록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시민ㆍ경찰 간의 ‘채증 경쟁’에서 멀티미디어를 앞세워 우위를 점한 시민 채증단이 경찰의 과잉 폭력 진압을 실시간으로 중계방송하고 있는데도 경찰은 여전히 “우선 덮고 보자”는 식이다.

과잉 폭력 진압 문제가 불거지면 일단 부인하며 시민들의 항의를 묵살하다 나중에 동영상이나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고 상황이 일파만파로 번지면 그때서야 “사태를 파악해 보겠다. 책임자를 문책하겠다”고 말을 바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일 경찰청 홈페이지 등에는 “자금이 일제 강점기냐”“이게 국민을 지키는 경찰의 모습이냐”는 비난 글이 쇄도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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