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35승을 자랑하는 ‘관록파’ 카리 웹(호주)이 승부처에서 1m짜리 퍼트 실수로 1억5,000만원을 날려버렸다.
상대는 무표정의 ‘돌부처 승부사’ 이선화(22ㆍCJ). 그것도 연장 승부에서다. 주말골퍼들에게 멘털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시켜 준 순간이었다.
첫번째 연장전이 벌어진 18번홀(파4)에서 이선화는 두번째 샷을 홀 12m 옆에 떨군 뒤 퍼트를 홀에 바짝 붙여 쉽게 파를 세이브했다. 웹은 7m 버디 기회를 만들었으나 약하게 친 버디 퍼트가 살짝 휘면서 홀 약 1m 지점에 멈춰섰다.
재연장이 기대됐지만 웹의 파 퍼트는 홀 왼쪽을 돌아 나오고 말았다. 순간 웹은 머리를 감싸쥐었고 옆에서 지켜보던 이선화도 기쁨보다는 믿기지 않는 듯 멍한 표정이었다.
이선화가 2일(한국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리버타운골프장(파72ㆍ6,459야드)에서 끝난 아니카 소렌스탐이 주최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긴트리뷰트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선두 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에 9타나 뒤진 채 4라운드에 나선 이선화는 5타를 줄여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웹과 동률을 이룬 뒤 연장 첫번째 홀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선화의 시즌 첫 우승이자 개인 통산 3승째. 특히 지난해 7월 HSBC매치플레이챔피언십 에서 자신이 우승한 이후 27개 대회만의 한국낭자군 우승 물꼬를 이선화가 다시 트는 순간이었다.
이선화는 우승상금 39만달러를 받아 상금랭킹도 4위(65만6,000달러)로 뛰어올랐고 웹은 2위 상금 23만7,445달러를 받는 데 만족해야했다.
무려 9타의 열세를 극복하고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이선화는 “너무 타수차가 커 우승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끝까지 최선을 다한 것이 주효했고 행운도 따랐다”면서 “"이제 내가 물꼬를 텄으니 한국 선수들의 우승이 늘 것이다”고 말했다. 역대 LPGA투어 최다 타수차 역전 우승은 10타였다.
이선화는 특히 13번홀(파4)에서 40야드를 남기고 친 세번째 샷이 그대로 홀에 빨려들어가는 행운의 버디와 마지막 18번홀에서는 그린 언저리에서 친 8m 짜리 절묘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값진 우승을 일궜다.
김송희는 3위(13언더파), 제인 박은 공동 4위(11언더파), 최나연과 유소연은 공동 6위(10언더파), 박세리는 공동 9위(9언더파) 등 7명의 한국 선수가 10위 안에 들었다. 6타차 선두로 우승을 바라봤던 구스타프손은 7타를 잃어 공동 4위(11언더파)로 추락했다.
■ 이선화는 누구· 인터뷰
"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긴트리뷰트에서 대역전 우승을 차지한 이선화(22ㆍCJ)는 "1년 가까이 이어졌던 한국 선수의 무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어 기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선화는 "타수차가 너무 커서 기대도 안했다. 최선을 다했고, 샷이 좋았고, 행운이 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선화는 네살 때 골프에 입문해 14세에 프로선수로 뛰어들 만큼 위성미를 능가하는 '천재소녀'였다. 2001~06년까지 한국여자프로골프(KLGA) 투어 무대에서 3승을 올렸다. 2004년과 2005년에는 LPGA투어 하부리그인 '퓨처스 투어'에서 활약했고, 2006년 꿈에 그리던 LPGA 투어에 데뷔했다.
2006년 6월 샵라이트 클래식에서 루키 첫승을 신고하면서 주목받았고, LPGA 신인왕까지 거머쥐었다. 2007년에는 7월 HSBC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우승으로 통산 2승을 따 냈다. 이날 승리로 한국과 미국 포함, 프로 통산 7승에 빛나는 '스타 골퍼'로 떠올랐다.
이선화는 "소피(구스타프손)가 워낙 앞서 나가 있어서 2등만 하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섰는데 초반부터 소피가 무너져 기회가 왔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AP통신은 긴트리뷰트에서 우승한 이선화가 다음주 있을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인 LPGA 맥도널드 챔피언십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선화는 "한 시름 놓았다. 그동안 고국의 팬들이 기대한 만큼 해내지 못해 죄송했다. 이제 물꼬를 텄으니 자주 우승 소식이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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