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스완슨 지음ㆍ차명준 옮김/행간 발행ㆍ560쪽ㆍ1만4,500원
1856년 3월 17일, 암살범은 도로 한구석에 매복해 있다가 연극을 보고 관저로 돌아가는 링컨의 마차를 급습하려 했다. 그러나 링컨이 연극을 보러 오지 않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다. 낙심해 거리를 배회하고 있던 그의 눈에 링컨이 호텔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때마침 링컨이 남부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다는 소식에 축포가 터지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검둥이에게 시민권을 준다는 소리잖아. 맹세컨대, 저 인간을 끝장내버릴 거다.”
이 책의 시점은 완전히 뒤집혀져 있다. 인간 평등의 이념을 구현하며 미국을 통합시킨 링컨 대통령에 맞춰져 있던 초점을 완전히 뒤집었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죽이고도 12일 동안이나 도망 다닌 당대의 인기 배우 존 윌크스 부스가 주인공이다. ‘안티히어로(anti-hero)’ 다큐멘타리 소설인 셈이다.
“6연발을 링컨에게 난사하는 것보다, 세련된 최후의 일격을 선호했”(40쪽)다고 책은 말한다. 암살 당시를 회고하는 영부인 메리의 말은 이 책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증언에 의지하고 있다는 일례다. “그 ‘금요일’에 남편의 기분은 그토록 좋아 보일 수가 없었다. 심지어 장난기마저 보였다.”(54쪽) 암살 순간의 묘사는 극사실주의적이다. “축축한 뇌가 총알의 속도를 떨어뜨리면서, 맞은 편 두개골을 뚫고 얼굴로 빠져 나올 힘을 흡수해 버렸다.”(73쪽) 총알이 왼쪽 눈 뒤에 박혀 있었던 까닭이다. 당시의 객관적 자료에 의거, 책은 소설처럼 전지(全知)적 시점으로 독자들을 흡인한다.
그렇다면 ‘맨 헌터’는 왜 현장에서 잡히지 않았을까? 넓다란 악단석이 가로놓여 있어 부스와 관객 사이를 떨어뜨려 놓았고, 범인은 미리 봐 둔 말에 올라타고 뒷문을 통해 전속력으로 내뺐던 것이다. 책의 속도감은 암살범을 찾으려는 여러 사람들의 집요한 노력. “개처럼 쫓”겨 비참하게 내몰린 부스를 묘사하면서 점점 더해진다. “투항 대신에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던 부스의 진실은 무엇일까? 미국 역사상 가장 눈에 띄는 암살을 실행한 자, 마지막 순간까지 햄릿이고 리처드 3세이기를 원했던 자는 “기자들과 호사가들의 눈요깃거리”(471쪽)가 되길 거부했다. 결국 대치중이던 군인의 카빈총이 그의 목숨을 거두었다.
이 책은 진실을 파헤치려는 집요한 노력의 결과다. 관련인들에 대한 추적은 물론, 사회사나 미시사(微示史)적인 부분까지 두루 섭렵한 덕택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200주년 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있는 저자는 이 책에 앞서 <링컨의 암살범들 : 그들의 재판과 처형> 으로 이미 화제를 모았었다. 이 책은 링컨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낱낱이 밝혀내기 위해 집요하게 추적해 온 미국판 ‘의문사 진상 규명 위원회’의 보고서인 셈이다. 링컨의>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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