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쇠고기 파문과 관련한 민심 수습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일단 ‘귀(耳)’부터 열기로 했다. 각계 원로들과 만나 해결 방안에 대해 폭 넓게 의견을 듣기로 했으며, 여당은 친박근혜 의원들의 복당을 통해, 야당은 여ㆍ야ㆍ정 간 국정을 조율할 수 있는 기구를 신설해 소통의 장(場)을 넓혀갈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각계의 의견을 들어본 뒤 종합적 쇄신안을 내놓을 계획인데 일단 친박 의원 복당과 청와대 및 내각 인적쇄신, 민생대책을 포함한 국정쇄신 등 이른바 3단계 처방책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번에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판단, 급변하는 정국 상황의 추이를 지켜 보면서 쇄신의 강도나 폭을 조절하겠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우선 여당의 진용을 튼튼히 만들기 위해 친박 의원 복당 문제를 최우선순위에 올렸다. 친박 복당을 허용하자는 강 대표의 건의에 이 대통령이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친박 인사들의 복당에 미온적이던 입장을 변경한 것은 여권 내부 결속 및 지지층 결집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쇠고기 파문으로 가뜩이나 국정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자칫 당 지도부의 친박 복당 문제 처리에 불만을 품고 돌출행동을 보일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일단 박 전 대표를 끌어 안아 내부 전열을 정비하면서 여당의 힘을 응집시켜야 한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 여기에는 진보세력이 쇠고기 파동을 계기로 뭉치고 있는 만큼 그에 맞서 보수층을 결집하자는 계산도 들어 있다.
인적쇄신의 폭에 대해서는 정국 상황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내각에서는 쇠고기 파문과 관련해 여론의 질타를 받은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국가예산 모교 기부 논란을 야기한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장관 등은 교체 1순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여권 안팎에서는 중폭 이상의 개각을 요구하고 있어 상황에 따라 한승수 총리를 포함, 4, 5명의 각료가 교체될 수도 있다.
청와대 보좌진도 정무와 민정, 홍보라인의 수술이 시급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때문에 비서관들을 제대로 지휘하지 못한 류우익 대통령실장도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일부에서는 수석 이상 일괄 사퇴론도 나온다.
민생대책을 포함한 국정쇄신은 가장 개혁적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국정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기에 대통령의 통치방식과 함께 당ㆍ정ㆍ청의 관계 설정에서도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된다. 강 대표는 여ㆍ야ㆍ정 간 국정 조율기구의 신설을 제안했고, 청와대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기구는 정치상황을 정밀 예측 분석하고, 상호 소통 조율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일종의 정무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무특보 및 홍보특보 신설 등 청와대 진용개편과 함께 여의도 현실정치를 잘 아는 정치인들이 참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국민대협약 등의 협의체에는 못 미치지만 일단 야당과의 대화채널을 가동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향후 이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 수준으로 대우할지 주목된다.
이밖에 민생대책으로는 광우병 우려 해소 대책과 고유가, 고물가 대책 및 국민생활 불편과제 조기해소 등 고강도 민생회복책이 다양하게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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