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부 주의 고급 주택가가 때아닌 모기떼 공습에 시달리고 있다. 부동산 침체에 따른 주택차압으로 군데군데 버려진 고급 집들의 럭셔리 수영장들이 모기들이 득실대는 늪지대로 변했기 때문이다.
영국 ‘더 타임스’는 “어떤 경제학자들도 부동산 경기침체가 모기떼 창궐을 초래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면서 “모기떼가 라스베이가스 등 일부 도시에선 재앙 수준이 되고 있다”고 30일 전했다.
한 때 집값이 세배 가까이 뛰었다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네바다주 라스베이가스의 경우 빈 집들이 늘면서 야외 수영장들이 뜨거운 햇볕 아래서 천혜의 모기 산란처로 변했다. 라스베이가스 마운틴 쉐도우 주택단지에 거주하는 팀 고마디는 라스베이가스 리뷰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집에 모기가 득실대면 이웃 전체가 골치 아파진다”며 “몇 주 내에 이 도시가 모기떼로 가득찰 것”이라고 말했다. 더 타임스은 네바다주뿐 아니라 캘리포니아주와 애리조나주에서도 모기떼가 극성을 피우고 있다고 전했다.
보건 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모기떼가 말라리아, 뇌염, 황열, 피부염 등의 병을 옮길 수 있기 때문. 미국에서 모기가 옮긴 병으로 숨지는 경우는 매년 200건 미만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당국은 수영장에 모기를 잡아먹는 금붕어를 풀어놓고 살충제 등을 뿌리며 모기 박멸 조치에 나섰고 버려진 수영장의 물도 퍼내는 청소를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시 재정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은행에 차압된 집의 청소비용을 누가 댈지는 아직 명확치 않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