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초ㆍ중생 4명 중 1명이 학교폭력을 경험하고 있으며, 지난달 대구 초등학교의 성폭력 사건에서 보듯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그 행위도 갈수록 은밀하고 잔인해지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도 꼬리를 물고 있다. 최근 서울시내 한 초등학생이 여교사를 폭행하더니 이번에는 중학생의 학부모가 교사에게 주먹질을 했다. 교사 폭행을 비롯한 교권침해사건은 다 꼽을 수 없을 만큼 잦다.
상황이 이러니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없다. 교사에 대한 신뢰와 권위도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그 책임을 언제까지 당사자에게 돌릴 수도 없다. 지금 우리의 학교는 학교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해 있다. 성적지상주의로 인성교육은 아예 내팽개쳐졌고, 일부 교사들의 감정적 체벌과 각종 비리는 스승에 대한 우리사회 최소한의 존경심마저 무너뜨렸다.
한국교육평가원이 한국 영국 프랑스 일본 초등학교 4,5학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내외 교실학습연구’는 학교 황폐화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우리 학생들은 교실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을 거의 배우지 못하고 있다. 배우고 있다고 느끼는 비율이 프랑스 영국 60%, 일본 28.7%에 비해 15.9%에 불과하다. 사회생활에 필요한 질서와 규칙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18.4%로 꼴찌다. 반면 학습량은 가장 많고 수준차가 고려되지 않으니 수업의 흥미를 느낄 수 없다. 학교가 무슨 재미가 있으며,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겠는가.
학교폭력과 교사들의 권위 추락도 이런 교육환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자진신고기간을 정해 신고자를 ‘선처’하고, 학교에 CCTV를 더 많이 설치해 감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학교가 변해야 한다. 영어전용교실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학교, 다양한 모습의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과 마음을 배우는 학교를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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