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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쿵푸팬더' "熊拳 맛을 보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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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쿵푸팬더' "熊拳 맛을 보여주마"

입력
2008.06.0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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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노골적인 구애다 싶다. 낚시대를 드리운 소년이 초승달에 걸터앉은, 드림웍스의 그 유명한 상징화면은 삿갓을 눌러쓴 수묵화풍의 강태공으로 탈바꿈한다. 게다가 제목마저 <쿵푸팬더> . 중국을 대표하는 두 가지 상징이 짝패를 이뤘다. 아무리 세계 인구 5명 중 1명이 중국에 터 잡고 사는데다 베이징 올림픽에 스포트라이트가 쏠린다지만 이건 좀 심하다 싶다.

그러나 혹, 돈에 눈이 멀어 급조한 ‘기획영화’ 아닌가 하는 의혹은 영화 상영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여지없이 무너진다. 캐릭터들의 생생한 개성과 포복절도의 유머, 흥겨운 액션과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가 시각적 즐거움과 함께 유익한 메시지를 연달아 펌프질 해 올린다.

스타배우와 포개지는 절묘한 캐릭터

주인공은 쿵푸는커녕 줄넘기 한번조차 버거워 보이는 팬더 ‘포’. 혈관에 육수가 흐를법한 국수집의 이 뚱보 사고뭉치는 런닝타임이 종점에 다가감에 따라 신공을 발휘하는 전설적 쿵푸 마스터로 거듭난다. 목소리 연기는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 잭 블랙이 소화했다. 169㎝의 단신에 푸짐한 외양으로 스타 자리에 오른 그의 이력은 포의 출렁이는 뱃살에 포개진다.

동양계 할리우드 스타 루시 리우는 사권(蛇拳)을 구사하는 독사 ‘바이퍼’의 목소리를 대신한다. ‘영화 좀 본다’는 눈썰미 있는 관객이라면 무릎을 칠만한 캐스팅. 루시 리우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 에서 별명이 ‘바이퍼’인 오렌 이시이역을 연기했다.

<툼레이더> 시리즈에서 섹시한 여전사의 이미지를 구축했던 안젤리나 졸리는 호권(虎拳)을 대표하는 타이그리스(Tigress)역에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심는다. 더스틴 호프만은 포를 지도하는 사부로, 청룽(成龍)은 원숭이권의 달인 몽키를 맡았다. 캐릭터들의 특징을 여러모로 고려한 맞춤형 캐스팅이라 할 수 있다..

쿵푸, 애니에 안착하다

캐릭터들의 절묘함과 생생함만이 이 영화의 매력은 아니다. 저우싱츠(周星馳)의 <쿵푸허슬> 에서나 볼 수 있었던 허술한 듯 합을 맞춘 무술이 스피디한 영상과 함께 지루함을 날린다. 때론 리롄제(李連杰)와 청룽의 숙련된 쿵푸를 연상시키는 빠른 손놀림과 발 재주가 동공을 기습한다.

영화는 호권과 원숭이권, 당랑권, 학권, 사권 등 쿵푸의 대표적 권법의 화려한 실체를 온전히 품어내진 못하지만 호명만으로도 오랜 쿵푸영화 팬의 향수를 자극한다. 쿵푸가 실사영화의 틀을 넘어 애니메이션의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음을 <쿵푸팬더> 는 증명한다.

동양사상 깃든 교훈은 ‘덤’

동양사상과 이에 바탕을 둔 교훈은 어른과 어린이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은 이 영화의 오락적 퍼즐을 완성한다. ‘믿고 기다리면 언젠가 능력을 발한다.’, ‘자신의 내면에 숨은 잠재력을 일깨우는 게 최고수가 되는 비법이다.’, ‘타고난 재능보다 성실함이 중요하다.’ 등등. 등장인물이 내지르는 주먹 한방, 발길질 한번 사이사이로 다채로운 교훈들이 포진한다. 기존 애니메이션의 단순명료 한 권선징악의 평면성을 넘어 보다 입체적인 교훈을 전달한다.

스토리(제니퍼 여 넬슨)와 레이아웃(전용덕) 총책임자로 각각 엔딩크레딧에 오른 한국인의 이름이 인상적이다. <보글보글 스폰지밥> 의 마크 오스본과 <마다가스카> 의 존 스티븐슨이 공동연출했다. 5일 개봉, 전체 관람가.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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