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주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물대포’를 직접 겨냥해 쏘면서 물대포의 안전성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경찰은 “사람이 맞아도 다치지 않는 안전한 장비”라고 주장하지만 물대포를 맞고 고막이 없어지거나 실명 위기에 처한 이들까지 생겨나자 시민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작성한 ‘물대포 운용 지침’에 따르면 경찰은 각도의 제한을 받지 않은 채 시위대를 향해 직접 쏠 수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압은 보통 10m 떨어진 곳에 있는 시위대를 향해 똑바로 쏠 때 1,000rpm, 15m일 때는 1,500rpm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이 정도의 수압은 성인 남성이 맞았을 때 멍이 들 정도의 통증이 느껴지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 명영수 경비1과장은 “(물대포는) 가장 안전한 진압 장비이고, 맞아서 다쳤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위에 참가했다 물대포 세례를 경험한 이들의 반응은 다르다. 1일 새벽 물대포를 맞았다는 정모(23) 씨는 귀 고막의 3분의 2가 없어져 치료를 받고 있다. 또 눈에 직접 물대포를 맞고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 중인 김모(36)씨는 눈 앞의 형체를 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력을 잃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는 “정씨나 김씨처럼 물대포로 다친 사람만 십 여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주말 경찰이 사용한 ‘팔 달린 물대포’는 사람 머리 위에서 발사, 부상자가 속출할 만큼 위험했다는 게 집회 참가자들의 지적이다.
물 대포의 살수 속도는 약 시속 100㎞로,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에 사용하는 호스(직경 4cm)의 최대 물줄기 속도와 비슷하다. 이는 가까운 거리에서 직사할 경우 인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물의 압력을 강하게 놓고 분사하면 유리창도 파손된다”며 “특히 가까이서 사람 얼굴을 향해 직접 쏘면 다칠 수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물대포는 직경이 소방호스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같은 속도일 경우 물대포가 소방호스보다 더 위력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물대포의 위험 논란 속에서도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물대포차를 2배 가까이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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