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공직 신분을 이용하지만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선거운동의 기획ㆍ실행에 관여하는 것을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그러나 공무원의 ‘공직 신분 활용’ 여부를 판단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헌재의 이번 결정이 결국 공무원의 선거운동 용인, 선거 공정성 시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김희옥 재판관)는 김황식 하남시장과 김복규 의성군수, 남유진 구미시장, 송광운 광주북구청장 등 4명이 “공직선거법 제86조 제1항 제2호의 ‘공무원이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하거나 그 기획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조항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을 7대 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은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는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해 하는 선거운동의 기획 행위’만 막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사적인 지위에서 하는 선거운동 기획 행위까지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그 동안 선거운동 기획 등이 금지됐던 일반 공무원들도 ‘개인적’ 차원에서는 얼마든지 자신의 선거운동을 준비하거나 제3자의 선거운동 기획을 도울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헌재 내에서도 공직선거법의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은 위험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공현 재판관과 김희옥 재판관은 “기본적으로 공무원 신분에 있는 사람이 선거운동 기획, 실시 행위를 할 때 그것이 순전히 사적인 행위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또 사적인 행동이 있을 수 있다 해도 그것을 구별해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아, 결국 선거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을 것”이라며 합헌 주장을 냈다.
헌재는 2005년 6월 김선기 전 평택시장이 같은 선거법 조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는 6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가 이번에 판례를 변경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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