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 지음/문학의문학 발행ㆍ285쪽ㆍ1만원
1998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고, 올해 계간 <문학의문학> 신인상을 받은 소설가 김경원(46ㆍ사진)씨의 장편으로, 자유기고자인 서른셋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연애소설이다. 와인 애호가인 작가는 주인공을 비롯한 작중인물들의 다종한 사랑을 숙성의 산물인 와인에 빗댄다. 문학의문학>
젊은 전문직 여성의 연애담에다 최근 고급한 취미로 각광 받는 와인까지 결부시켜 외양 자체는 ‘칙릿’을 닮았지만, 소설의 서사는 경쾌하기보단 무겁고 산뜻함보단 찰기가 느껴진다. 주인공이 추구하는 사랑이 상품(上品) 와인처럼 정성과 인내를 통해 상대에 대한 깊은 이해에 도달하려는 숙성된 감정이기 때문이다. 등단 10년의 연륜이 느껴지는 차분하고 물기어린 문체도 이런 묵직함에 한몫한다.
젊은 여자와 사랑에 빠져 어머니를 떠난 아버지에게 애증을 느끼는 주인공은 부유한 유부남과의 불륜이나 술집에서 만난 남자와의 하룻밤 사랑을 시도해보지만 채워지지 않는 감정의 허기만 느낄 뿐이다. 그러다 그녀는 취재차 만난 항공관제사-와인 애호가로, 이후 둘의 연애엔 와인이 소품이자 은유로 빈번히 등장한다-에게 깊은 정신적 끌림을 느낀다.
하지만 남자는 그녀와 교제하는 1년 동안 세 번이나 자취를 감춰버린다. 신뢰를 깨는 연인의 행동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주인공은 절연 대신 그의 내면에 도사린 상처의 연원에 끈기있게 다가가고, 그로 인해 알게 된 충격적 진실을 넉넉히 끌어안는다. 그런 그녀의 애정에 화답하듯 남자는 기다림을 청하며 그리스에서 ‘마데리라’ 와인을 보낸다. 아프리카의 한 화산섬에서만 제조되는, 세월이 흘러도 그 맛이 변하지 않는다는 ‘불멸의 와인’이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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