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린 토머스 지음ㆍ김소정 옮김/북스코프 발행ㆍ408쪽ㆍ1만2,500원
뉴욕 출신의 청년 컬린 토머스(38ㆍ사진). 동부의 넓은 저택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이 자신만만한 젊은 미국인의 운명이 급반전된 때는 1993년. ‘생소하고 이질적인 곳이라면 세상 어느 곳이라도 상관없다’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서울 강남과 종로의 영어학원, 기업체를 전전하며 영어강사로 활동했다. 하지만 “I am a girl, he is a boy” 같은 문장을 하루 아홉 시간씩 되풀이하면서 밀려오는 권태감에 ‘한국에서는 무엇이든 해도 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는 치기가 보태지며 해시시 밀수에 손을 댄다.
책은 이듬해 체포돼 서울구치소, 의정부 교도소, 대전교도소에서 3년 6개월관 수감생활을 했던 토마스의 한국관찰기다. 그가 겪은 그곳은 한국사회의 축도(縮圖)와도 같은 곳이었다. 유교사회의 뚜렷한 위계질서는 감옥 안과 밖이 다르지 않아서 쉰 살이 넘은 재소자들이 형과 아우를 결정하기 위해 죽어라 논쟁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고, 영치금이 없으면 다른 재소자들로부터 ‘양아치’ 취급을 받는 현실을 목도하고는 “한국 감옥에서는 가난을 살인보다 극악한 범죄처럼 여기는 듯하다”고 쓰기도 한다. 미국인들에 대한 이유없는 한국인의 호의적 시선도 실감한다.
그는 교도관에게 거칠게 대들었지만 한국인이었으면 독방행이었을 징벌을 피하게 되고 “한국사람들이 때때로 ‘오리지널’이라고 부르는 미국인이었기 때문에 이를 피해갈 수 있었다”고 적는다. 한국사회에 대한 쓴소리도 날카롭지만, 그는 결코 미국인에게는 느낄 수 없는 한국인들의 가족주의적 연대의식에 감탄하기도 한다. 결코 혼자 밥을 먹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동료 재소자들, 목욕탕에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사람들, 지하철에서 앉을 자리가 없을 때 스스럼 없이 친구의 무릎에 앉곤 하는 청년들….
현재 뉴욕에서 전기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나는 한국사회 이면의 깊숙한 바닥을 경험하면서 성장했다”며 “흰 밥과 김치만으로 먹는 아침식사를 좋아하게 된 것, 수많은 ‘형’과 ‘동생’들 사이에서 내 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된 것, 커다란 형제애의 일원이 된 것에 감사한다”고 썼다. 책은 한국에 대한 이방인의 시선을 통해 우리사회를 냉정히 성찰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제목처럼 질풍노도의 시기를 통과하는 한 청년이 낯설고 억압적인 공간에서 겪는 성장통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함께 준다. 원제는 그가 대전교도소 수감 당시 수감됐던 1호방에서 딴 ‘Brother one cell’ (2007)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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