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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성

입력
2008.06.0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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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 솔

프란츠 카프카가 1924년 6월 3일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41세였다. 프라하의 유대인 상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1906년 23세 때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법관이 되는 것을 포기하고 1908년 한 노동자 상해보험회사에 법률고문관으로 들어가 1922년까지 근무한다.

낮에는 성실한 직장인이었지만, 밤이면 출구 없는 존재의 불안에 고통스러워하며 어둡고 난해한 작품을 쓰는 작가의 생활을 그는 14년 동안 계속했다. 그 동안 2명의 여자와 3번의 약혼과 파혼을 겪고 잠시 한 여자와의 동거도 거쳤지만, 독신으로 죽었다.

한국의 시인 서정주가 “애비는 종이었다”(시 ‘자화상’)는 고백으로 시인으로서의 자기 생을 출발시켰다면, 카프카는 “나는 벌레다”(소설 ‘변신’)라고 선언함으로써, 그리고 벌레가 된 현대인의 모습을 극한까지 탐구하고 표현함으로써, 20세기 이후의 문학을 출발시킨 작가다.

카프카가 죽기 2년 전에 집필했으나 미완성이 된 장편 <성> 은, 자신의 미출간 원고를 없애 달라는 카프카의 유언을 들어주지 않고 사후에 그것을 출판한 카프카의 친구 막스 브로트에 의해 살아남은 작품 중의 하나다.

눈 앞에 보이는 성(城)을 찾아가지만 결국 성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지 못하는 주인공인 측량기사 K의 이니셜은, “목표는 있지만 길은 없다.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것은 것은 망설임일 뿐”이라는 카프카의 잠언처럼 부조리한 세계를 사는 현대인 모두의 익명성이기도 하다.

카프카는 짧은 이야기도 많이 썼다. ‘작은 우화’라는 글에서 우리 삶을 보는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_ “아!” 쥐가 말했다. “세상이 날마다 좁아지는구나. 처음에는 하도 넓어서 겁이 났는데, 자꾸 달리다 보니 드디어 좌우로 멀리에서 벽이 보여 행복했었다.

그러나 이 긴 벽들이 어찌나 빨리 양쪽에서 좁혀드는지 나는 어느새 마지막 방에 와 있고, 저기 저 구석에는 덫이 있어, 내가 그리로 달려 들어가고 있다.” “너는 달리는 방향만 바꾸면 돼” 하며 고양이가 쥐를 잡아 먹었다. _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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