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고할 플루토늄 보유량이 미국의 추정치와 적잖은 차이를 보이는 데다 북핵 폐기 3단계의 내용을 놓고도 논란이 벌어지는 등 북핵 문제의 궁극적 해결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31일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 북한은 미국에 제출한 플루토늄 관련 핵 자료에서 37kg의 플루토늄을 생산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북한이 주장해온 것으로 전해진 30kg보다는 늘어난 양이지만 미 정보 당국이 추정해온 ‘50kg 이상’과는 차이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50kg의 플루토늄으로 핵무기 6~10개를 만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북한의 신고량과 미측의추정치와의 차이는 핵무기 2~3개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북한의 신고가 진실일 경우엔 뉴욕타임스의 지적대로 “미 정보기관들이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을 과대평가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일부 플루토늄을 은폐하려 했다면 향후 검증 과정에서 심각한 신뢰의 문제를 야기할 것이 분명하고 북 핵 6
자회담은 새로운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미국이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 추정치를 슬그머니 낮추고 있다는 점이다. 북핵 6자회담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을 50~60kg으로 말해 오다 최근에는 50kg 정도라고만 얘기하고 있고 미 국무부에서는 40~50kg까지 낮춰 잡는 언급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 정황은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을 놓고 북미 간에 정치적 흥정이 벌어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미국으로서는 운반 수단인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을 효과적으로 막으면 핵무기 1, 2개 차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테지만 우리 한국에게는 이 차이가 치명적인 부분이 될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에 대해 독자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북한의 신고 내용 검증과 관련해서도 우리의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미국 입장을 추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핵 3단계 내용에 대한 논란은 1기 부시 정부 시절 대북 협상대표를 지낸 잭 프리처드 한미 경제연구소(KEI) 소장이 29일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토론회에서 북한 인사들에게 들었다며 “북핵 3단계에는 영변의 플루토늄 핵시설 해체만 해당되며 핵물질과 핵무기 이전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라고 말한 것에서 촉발됐다.
이에 대해톰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30일 “프리처드가 도대체 무슨 속셈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한 뒤 “많은 사람들이 마치 협상 내용에 대해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함으로써 돈벌이를 하고 있지만 그들은 틀렸다”고 부인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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