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원유가 200달러’ 체제로 사업 전략과 경영 체질을 잇따라 바꾸고 있다. 과거 석유 위기처럼 유가 상승 부담을 원가 절감이나 제품가격 인상으로 이겨낼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는 판단 때문이다.
2일 주간 니케이(日經) 비즈니스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고유가에 대비해 생산 방식 개선과 상품력 강화 등 경영 전략을 새롭게 짜는 일본 기업이 늘고 있다. 자동차, 전자업계는 한발 더 나아가 유가 상승을 아예 핵심사업을 친환경 제품생산 등으로 바꾸는 기회로 삼고 있다.
기린맥주 오카야마(岡山)공장은 지난해 12월부터 공장 입구의 중유저장 탱크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바이오가스엔진식 발전시스템’을 설치했다. 공장 하수를 정화할 때 발생하는 메탄 가스를 이용해 전력과 증기를 만들어내는 장치다. 이 자가발전 시스템으로 전력구입 비용이 30~40% 줄었다.
화장품 회사는 새 브랜드 개발을 매출 확대의 중요한 수단으로 삼지만 시세이도는 앞으로 3년간 주력 브랜드를 27개에서 21개로 줄이기로 했다. 시장점유율이 높고 충성도가 높은 제품 생산을 늘리고 전체 브랜드 수를 줄이면 우선 마케팅 비용이 감소한다. 대량 구매할 수 있는 원재료의 양을 늘릴 수 있다.
미쓰비시,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주요 자동차 회사들은 유가 상승을 전기자동차 생산을 앞당길 좋은 기회로 삼고 있다. 전기차는 잠재 수요만 1,000만대로 추정된다.
휘발유와 전기를 함께 쓰는 도요타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는 1997년 양산 이후 최근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했다. 2010년대 초부터 연간 100만대로 판매량을 늘려 잡았다. 리튬전지와 소형 모터를 탑재한 전기차 개발 후반에 접어든 미쓰비시는 2009년 초까지 주행시험을 끝내는 등 실용화 시기를 앞당기는 데 힘 쏟고 있다. 혼다는 전기차 생산에 앞서 2010년까지 전동 오토바이를 먼저 일본 국내에 내놓을 계획이다.
전기차 양산의 열쇠인 고효율 리튬전지 개발을 위해 자동차회사와 전지업체가 잇따라 손 잡는가 하면 산요(三洋)전기처럼 태양전지 개발이나 히타치(日立), 도시바(東芝) 같이 원자력발전을 주력 사업으로 삼는 것도 고유가에 대비 전략의 일환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