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 현재의 산업은행이 쪼개져 산은 지주회사가 설립된다. 지주회사 지분은 내년부터 2년간 49%를 팔고, 2012년까지 100% 민영화 된다. 시중은행처럼 요구불 예금과 대출영업도 허용될 예정이다. 매각되는 산은 지분으로 정부는 한국개발펀드(KDF)를 만들어 그 동안 산은이 수행해 왔던 정책금융업무를 지속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2일 향후 3단계로 진행될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을 발표했다.
1단계
올해 12월 산은 지주회사가 설립돼 산하에 산은, 대우증권, 산은 자산운용, 산은 캐피탈의 금융 자회사를 거느리는 형태가 된다. 동시에 산은 자산 중 구조조정기업(하이닉스 등) 및 공기업(한전 등) 주식일부와 부채를 분할해 5조원 가량을 종잣돈으로 KDF가 설립된다. 그 동안 산은이 맡았던 정책금융 기능을 넘겨받기 위해서다. KDF가 설립되면 산은지주는 지분 49%를 KDF에 현물 출자형식으로 우선 매각하게 된다.
산은은 지주사 전환과 동시에 시중은행처럼 요구불 예금과 대출영업을 할 수 있게 되고, 거래관계에 있는 기업의 인수합병(M&A)에 한정돼 있는 자금대출 규제도 풀리게 된다.
2단계
2009~2010년 산은지주가 KDF에 출자한 49% 지분이 본격적으로 민간에 팔려나간다. 상장전 투자유치 방식으로 세계적 투자은행(IB)에 일부 지분(약 15%)을 우선 매각할 예정다. 이후 상장을 거쳐 일반인에게도 지분이 팔리고, 일괄매각(Block Sale) 형식도 고려하고 있다.
매각대금은 KDF에서 중소기업 지원 등 정책금융에 활용된다. 정부가 지배주주(51% 지분소유) 자격을 유지하는 이 기간에는 산은이 제한적으로 정부 보증채(산업금융채권) 발행을 지속할 예정이다. 해외 투자자의 조기 상환 요구를 막기 위해 산은의 중장기 채무 211억 달러에 대해서도 정부 보증을 유지하기로 했다.
3단계
2011~2012년 정부가 가진 산은의 나머지 지분 51%가 완전 매각된다. 명실공히 새 주인이 등장하는 시기다. 연기금과 사모펀드, 국내외 민간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포괄적으로 주인을 찾는 작업이 진행된다. 산업자본(일반 기업)의 금융회사 소유를 허용하는 금산분리 완화 움직임과 괘를 같이할 전망이다.
정부는 산은을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육성하고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상장 전 다국적 IB에 지분 일부를 우선매각 하겠다는 것도 그러한 고려에서다. 중국 공상은행의 경우도 상장 전에 골드만삭스에 일부지분이 매각됐었는데, 이를 벤치마킹한 형태다.
KDF는?
산은 지분매각 대금 15조~20조원(추정)이 KDF운용자금이 된다.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은 “외화조달창구 등 산은이 정책적으로 수행해왔던 업무를 대신할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KDF는 특히 중소기업지원에서 주요 역할을 하게 된다. 기업은행이나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의 손길이 닿지 못한 중소 기업들을 발굴해 지원할 예정. 기존 은행과 경쟁하면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KDF가 직접 중기 대출을 하지는 않고, 대신 시중은행에서 정책적 기준에 맞는 중기를 찾아오면 KDF가 40% 대출지원을 해주고, 60%를 시중은행이 대출해주는 방식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 부위원장은 “시중은행이 정부(KDF) 자금을 이용해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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