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일로 예정된 미국산 쇠고기 위생조건의 확정 고시를 무기 연기함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도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일 “한나라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고시 유보를 행정안전부에 요청했다”는 공식 입장 외에는 말을 아꼈다. 농식품부는 새 수입위생조건의 관보 게재 의뢰를 ‘철회’한 것이 아니라 ‘연기’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후속 대책이나 고시를 어느 시점까지 유보하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새 수입위생조건의 고시는 당초 한ㆍ미 협의 결과에 따라 지난달 15일 시행됐어야 했다. 그러나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은 광우병 논란이 불거지는 등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고시 의뢰를 늦춰 미국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의 검역주권을 인정한다는 추가협의 결과를 담아 지난달 29일에야 고시를 의뢰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고시 유보 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그런 만큼 내놓을 카드가 마땅치 않아 보인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정 장관에게서 일단 고시를 연기한다는 지침을 받았을 뿐 이와 관련해 부처 내부의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후속 대책에 대한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요청에 따라 고시를 연기한 만큼, 후속 조치 또한 당과 청와대의 기류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내부에선 여론 악화를 이유로 미국과의 재협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미 한 차례 고시 연기를 통해 시간을 끈다고 해서 민심을 수습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학습했다. 때문에 정부의 고시 유보 결정은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 제한’ 등으로 수입위생조건을 고치기 위해 미국과의 재협상 추진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농식품부는 고시 유보가 잠정적인 것인지, 아니면 재협상을 위한 정지 작업인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만일 재협상 추진을 위한 것이라면 미국을 재협상의 테이블로 끌어낼만한 논리 개발이 관건으로 보인다. 그 동안 농식품부는 ▦미국이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광우병 위험을 통제할 수 없는 국가로 지위가 변경되는 경우 ▦OIE의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에 대한 정의를 바꿀만한 과학적 사실이 발견되는 등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을 경우’에 한해 재협상을 추진할 수 있다며 재협상 요구를 일축해왔기 때문이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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