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New Yorker). 그것도 싱글에, 지갑 두둑하고, 사회적 지위까지 탄탄한 그녀! 프라다, 구찌, 마놀로 블라닉으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휘두르고, 맨하탄과 소호 거리를 거니는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 세상의 모든 패션 트렌드를 한 몸에 빨아 들이고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루미에서 브런치를 즐긴다. 하지만 그녀가 갈급하는 것은 너무나 평범하다. 바로, 사랑.
TV 시리즈를 통해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끈 <섹스 앤 더 시티> 가 극장판으로 탄생했다. 마이클 패트릭 감독을 비롯, 주연 새라 제시카 등 흥행성이 검증된 배우들이 (그리고 명품 패션 아이템까지) 총출동했다. 새로울 것은 없지만, 팬들이 바랐던 것은 다 있다. 말하자면 이건 팬서비스다. 면세점 명품 화장품에 딸린 ‘샘플’이랄까. 섹스>
“세상엔 길들일 수 없는 여자도 있다”고 외치던 캐리. 그녀가 오랜 연인 미스터 빅과 결혼하기로 결정한다. ‘뉴욕 대표 싱글’의 결혼은 패션잡지 보그의 지면을 장식하고, 영화는 화려함의 극치로 내달린다. 자 이제, 객석에 머리를 기대고 명품의 물결이 유발하는 현기증에 푹 젖으면 된다. 그게 싫으면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던가. 명품 쇼는 20분쯤 계속된다.
하지만 세 번째 결혼이 두려운 빅은 결혼식장 앞에서 차를 돌리고 만다. 상심에 젖은 캐리를 위로하는 세 친구의 눈물 겨운 노력이 계속되고, 캐리는 다시 ‘잇걸(It Girl)’의 모습을 되찾는다. 그러나 영화는 결국 모두의 해피엔딩으로 향해 간다. 다소 진부하지만 팬서비스에 어울리는 귀결이다.
복잡한 무늬를 남기며 번져가는 인간관계의 결, 섹스와 우정과 도시인의 삶에 대한 농밀한 시선은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2시간 17분에 TV시리즈를 다 구겨 넣으려는 시도 대신, 주인공 캐리의 격정적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화려한 껍질을 벗겨낸 속씨를 기대한 관객은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껍질 자체의 윤기만으로도 영화는 제값을 한다. 눈을 얼얼하게 만드는 볼거리가 있으니까. 5일 개봉. 18세 관람가.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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